우리가 인생을 함께 할 사람을 찾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 성품 등과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어떤 자원을 갖추고 있느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 자원을 나에게 쓸 용의가 있느냐입니다.
우리가 인생의 반려자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이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냐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 주느냐 역시 동일한 정도로 중요합니다. 나 혼자만 상대를 좋아하고, 상대는 날 아껴주지 않는다면 좋은 관계라고 하기 어려우니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것,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 전제가 확립되지 않으면 사실 관계가 시작할 수조차 없습니다. 이 사람의 성품이 좋냐, 바르냐, 그리고 나와 맞느냐 역시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아무리 선한 사람이라도 내가 견디기 어려우면 맞는 것이 아니까요.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만나고, 서로 좋은 감정을 갖게 된다면 그건 아주 운이 좋다고 봐야겠지요.
위에서 말한 추상적인 가치들이 이미 확보되었다는 가정 하에 현실적인 조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세상을 사는 데에는 돈, 시간,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 세 가지는 정말 소중한 자원입니다. 그리고 서로 상호 치환되는 것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서 돈을 벌고,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돈을 씁니다. 따라서 이 자원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는 삶을 어느 정도나 윤택하게 살 수 있느냐, 얼마나 더 폭넓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에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시간은 절대적으로 유한한 자원입니다. 에너지는 사람마다 보유량이 크게 다르지만, 시간이라는 자원에 단단히 결박되어 있습니다. 에너지가 아무리 많아도 하루 48시간을 쏟을 수는 없는 문제이니까요. 반면 물질적인 것들은 시간과 에너지와 무관하게 쓸 수 있습니다.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 말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자유로워지려고 해도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파이어를 하고 경제적 자유를 얻는 것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두해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것이 얼마나 얻기 어려운 목표이며 가치인지를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그게 매우 쉽다면 아무도 그걸 얻으려고 노력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냥 되어 있을 테니까요. 물질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은 아닙니다. 배금주의에 빠지자는 것도 아니고, 돈으로 다른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말도 아닙니다. 단지 돈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의미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물질의 양이 다릅니다. 요새 들어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이제는 너무나 큰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물질을 그렇게 많이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많이 쓰고, 어떤 사람은 많이 갖고 있으면서도 적게 씁니다. 많이 쓰는 사람은 미래에 자기가 벌 돈을 현재로 당겨와서 쓰고, 적게 쓰는 사람은 지금 쓸 돈을 미래로 이연하기 바쁩니다. 결국 돈은 쓸 용의가 있는 사람이 씁니다. 이 물질의 보유량과 그것을 쓸 용의의 함수는 관계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기사를 보면 사기꾼처럼 보이는 사람과 사랑에 빠져, 혹은 사랑에 빠진 것으로 착각하며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던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간혹 나옵니다. 그런 이야기를 보면 대부분 도입이 비슷합니다. 사기꾼이 피해자에게 호의를 보이며 온갖 비싼 것들을 선물했고 그것에 마음이 움직였다는 내용이지요. 피해자들에게 잘못이 있다는 뜻이 절대 아닙니다. 누구나 그런 상황이 되면 마음이 움직입니다. 왜 그럴까요. 사실 우리는 상대방의 계좌 잔고를 알기 어렵고, 그 사람의 마음은 알기가 더 어렵습니다. 위에서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우리는 그것의 진위를 파악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데 상대의 행동은 눈에 보입니다. 상대가 나에게 자원을 기꺼이 쓰겠다는 용의와 의지는 그 사람의 마음과 무관하게 계량이 가능한 것이지요.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자원을 보유하고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사람이 나에게 시간, 에너지, 그리고 더 나아가 자본주의사회에서 그렇게도 중요한 돈을 쓸 용의가 있느냐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 돈이 전부 미래에서 당겨 온 것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얻은 돈이라고 해도, 그 돈을 나에게 쓰는 시점에 내가 그것을 모른다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돈에 이름이 쓰여있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래서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상대방의 마음을 더 깊이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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