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인공 지능의 시대입니다. 인공지능이 도래하기 전에도 경제적인 시스템은 지능에 높은 가치를 부여했습니다. 인간이 가진 힘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주는 도구들이 있으니 육체적인 힘의 중요도가 떨어졌기 때문이겠지요.
인간은 늘 도구를 사용해 왔습니다. 지레나 도르래의 원리를 이용해서 인간이 태생적으로 가진 힘을 극복하려는 시도는 이어져 왔고, 모터나 유압을 이용하게 되면서는 인간의 힘보다 훨씬 강한 힘도 잘 조절된 방식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남들은 무거운 짐을 하나 지고 나를 때 두 개, 세 개를 나를 수 있었던 사람이 높은 경쟁력을 보였던 시기는 아주 오래전에 지나갔을 것입니다. 짐을 나르는 로더를 잘 다루는 사람이 훨씬 더 높은 임금을 받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지금의 경제 시스템에서는 육체적 강인함보다 정신적 탁월함이 훨씬 더 높은 가격에 붙습니다. 그것이 수학적 능력이든, 컨텐츠를 창조하는 힘이든, 아니면 시류를 읽는 재능이든 말입니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도 육체적인 강인함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은 아닙니다. 일부 압도적인 육체 능력을 가진 이들은 부와 명예를 모두 얻습니다. 스포츠라는 산업이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 스포츠의 세계는 완전히 다른 영역의 육체적 강인함이 경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단순히 힘이 세다의 의미가 아니라 정교한 움직임에 지적인 활동까지 겸비해야 압도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은 자명합니다. 프로 스포츠의 탑티어들은 단순히 빠르고 강해서 되는 게 아닐 테니까요.
그리고 이제는 AI의 시대가 이미 도래한 것 같습니다.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단순한 문답을 주고 받을 수 있을 뿐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꽤나 깊이 있는 조사도 어느 정도 교육을 받은 사람 수준보다 뛰어난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게다가 사람에게 그런 것을 시키려면 계속 말이 오가야 하고 그 와중에 서로에게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감정적, 시간적 낭비가 발생하기도 하지요. AI는 아무리 요구 사항이 많아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누군가의 용역을 구할 때에는 이상하게 눈치가 보이지요, 특히 요구 사항이 너무 많거나 변동이 많으면 더 그렇습니다. 이런 마찰이 전혀 없다는 것도 사람들이 AI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왜 내가 내 돈 주면서 눈치를 봐야 되나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 말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인간 활동의 대부분이 정신적 활동으로 전환되면서 더욱더 가속화되는 것 같습니다.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긴 하지만 예전처럼 모든 이들이 농업에 종사하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가지고 추상적인 무엇인가를 다루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그런 활동이 늘어날수록 AI는 우리의 삶에 더 깊숙이 침투할 것임에 분명합니다.
우리가 정신 활동, 지능, AI에 천착하고 또 얽매일수록 인간의 신체가 가지는 특수성에 대한 반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합니다.
정신적 활동의 결과물들에 대해서는 이미 사람들의 회의가 짙어지고 있습니다. 그림, 음악, 글, 동영상 등의 컨텐츠는 이미 AI가 인간을 뛰어넘었다고 생각합니다. 질에 있어서는 모르겠으나 산출 속도는 이미 따라갈 수가 없죠. 저도 이런 보잘것없는 글을 하나 쓰려면 수십 분을 앉아 있어야 하는데, AI는 1분도 안 걸리더군요. 거장 영화감독들이 영화 한 편을 만드는 데 몇 년이 걸리기도 하는데, AI는 2시간짜리 동영상을 하루에도 몇 개씩 쏟아낸다고 하면 인간이 어느 순간 가성비에서 경쟁력을 잃을 것이 거의 분명해 보입니다. 슬픈 일이네요.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인간의 신체 능력 자체를 도전으로 삼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프로 스포츠는 말할 것도 없고, 가장 원시적인 스포츠라는 러닝도 그중 하나인 것 같고, 피지컬 OOO 이런 이름이 붙는 컨텐츠들도 그렇습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세상이 올지 모르지만 지금 인간의 신체 활동은 결국 인간이 해야만 합니다. 잘 뛰려면 많이 뛰어야 하고, 무거운 것을 들려면 트레이닝을 해야 하고, 좋은 몸을 만들려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인간의 육체는 AI가 뚝딱 찍어내는 결과물이 아니라 육체적 노력의 결과입니다. 거기엔 날조나 복제나 허위가 있을 수 없습니다. 일단 지금은요. 그래서 지금은 AI 시대의 도입부인 동시에 AI의 영향이 아직은 닿지 않은 인간 신체의 시대이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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