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 경기침체가 불가피(inevitable)할 것이라는 글입니다.
가장 큰 리스크는 지정학적 불안정성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지정학적 이슈입니다. 미국에서 의해서 주도되고 있는 전후 세계 질서는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큰 위협은 푸틴이며, 미국과 중국 시진핑 주석 사이이 긴장 증가 역시 주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연합하여 러시아의 도발에 대응한 것은 대서양을 가로질러 동맹이 된 "서방(the West)"라는 개념을 다시 살려놓았습니다. 하지만 서방과 그 외의 지역 사이에는 매우 커다란 간극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럽이 러시아에 가하는 제재에 대해 지지하지 않습니다. 시진핑은 공개적으로 서방 중심의 세계 질서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서방과 중국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두 개의 경제 주체 사이의 디커플링은 이제 현실이 되었습니다. 중국의 타이완 침공은 더 이상 미심쩍은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공고하게 유지되었던 지정학적 확실성, 예를 들어 미국과 사우디 아라비아의 동맹과 같은, 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와 식료품의 가격이 오르며 인플레이션이 지속화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원자재 시장과 국제 에너지 시장에 1970년 이후 가장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습니다. 농산물 수출국가로서 우크라이나가 가진 중요성을 고려하면 전쟁이 지속될 경우 전 세계적 기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까지 전쟁의 가장 직접적 피해는 식료품과 비료 수급의 문제입니다. 또한 푸틴은 천연가스 수출을 무기화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러시아의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러시아가 연료를 수출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에너지 수요에 맞추기 위해 유럽 정부는 수십 억 달러를 써야만 합니다. 에너지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유럽은 다시 석탄 발전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환경 보존 이슈는 또다시 한 걸음 멀어집니다.
전쟁이 없었다면 공급망 부족 현상으로 인해 발생했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에너지 가격의 증가는 결국 거시경제 안정성을 훼손합니다. 이미 2022년부터 소비자 물가는 오르고 있었습니다. 당시 코로나로 인해 공급망 설비가 축소되어 있던 상황에 갑자기 수요가 폭증하며 수급의 불균형이 발생했었기 때문입니다. 공급량을 다시 올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수요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자 가격이 상승한 것입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식료품과 에너지의 가격이 치솟자 공급망 문제가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보였던, 그래서 미국 연준이 일시적(transitory)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던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인(persistent)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은 올 한 해에만 4% 넘는 금리 인상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시경제적 안정성이 회복은 아직 멀리 있습니다. 전세계적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거의 두 자릿수에 가깝습니다.
기온이 떨어지면 에너지 자격은 더 오를 것이며, 정전의 위험성도 그만큼 커집니다. 유럽 정부는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에너지 비용을 완충하기 위해 보조금 지급, 가격 상한 제한 등의 정책을 펼치며 사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영국의 상황이 가장 좋지 않습니다. 브렉시트와 리즈 트러스의 감세 정책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영국은 아마 G7 중 가장 혹독한 긴축 정책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설령 경기침체가 발생한다고 해도 말입니다.
푸틴의 목적은 에너지 인프라를 깨뜨려 유럽의 취약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가장 큰 리스크는 푸틴입니다. 푸틴은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하더라도 유럽의 취약점을 더 거세게 물고 늘어질 것임에 분명합니다. 러시아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바로 에너지 인프라를 파괴해버리는 것입니다. 겨울이 오고 있으니 말입니다. 푸틴이 서방의 연대를 깨려는 시도는 현재까지는 실패입니다. 하지만 그가 더 강하게 밀어붙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파는 전세계에 미칠 것입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실패로 인해 경제가 매우 취약해진 상황입니다.
두 번째 위험 요소는 중국입니다. 제로 코비드로 대표되는 정책 실패로 인해 중국의 경제는 매우 취약해진 상태입니다. 게다가 시진핑은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당대회에서 그의 연임이 결정되며 권력은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그리고 측근 중에 더 이상 경험 있는 관료가 없습니다. 2023년 중국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지면, 중국 내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대만에 대한 도발 수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년 미국 경제는 유럽이나 중국보다는 좋은 것입니다. 고용 시장이 건강하기 때문입니다.
2023년 미국 경제는 아마 유럽이나 중국보다는 좋을 것입니다.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인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의 고용 시장이 여전히 굳건히 버티고 있으며, 가구 저축도 나쁘지 않은 수준입니다. 그래서 경기침체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경미한 수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밀어 올리고, 바이든 정부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긴 하지만 미국은 가장 큰 에너지 생산국가 중 하나이며 분명 그 혜택을 볼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2023년 미국의 경제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것은 미국 외의 국가들의 경제적 약점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더 올릴 것이며,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달러 강세 - 달러 가치 상승 - 이 동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국가들 역시 자국의 화폐 가치 하락 방어를 위해 미국의 페이스에 맞출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국내 위험 요소로는 미국 국회가 현재 분열되어 있으며, 사소한 경기 침체도 정부 활동의 경색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나, 중국-대만 관계에 대한 개입에도 차질이 생길 것입니다.
쉽게 말해 2023년은 매우 위험한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모든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듯이 좋은 뉴스도 있습니다. 몇몇 국가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번성할 것입니다. 걸프만 주변국들이 수혜를 입을 것입니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며 그들의 국제 경제에서의 역할이 부각될 것입니다.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라는 타이틀을 중국에서 이어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는 저렴한 러시아 산 원유 수입해서 사용하고, 국내 투자는 더 커질 것이며, 중국 외의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게 될 것입니다.
2%대의 인플레이션이 과연 달성 가능한 목표인지에 대한 의문이 발생할 것입니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어야 하겠지만 인플레이션은 잦아들 것입니다. 중앙은행들은 언제까지 금리 인상을 지속해야 할 것인지 자문할 것입니다. 2%대 인플레이션을 달성할 수 있는 국가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2%가 과연 현실적인 목표인지에 대한 논의가 벌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청청 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입니다.
에너지 문제는 대안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지금이 바로 에너지의 역사가 바뀌고 있는 시점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현재의 위기는 화석 연료의 역할에 대한 현실적 회의를 높이고 있으며,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이 완료될 때까지 천연가스를 대안으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유럽 국가들이 보인 오랜 위선이 책상 위에 오를 것이며, 국제 에너지 시스템은 보다 청정해지고, 보다 다양해지고, 보다 안정화될 것입니다.
2022년에 있었던 지정학적 긴장의 장기적 결과를 모두 예측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아마 푸틴이 지구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존재를 지우려 했던 시도는 실패할 것임에 거의 분명합니다. 오히려 이제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지원 사격을 받으며 보다 더 서구화된 국가로 변모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는 나토(NATO) 가입국은 아니지만, 이제 유럽 보안 공식에 편입된 변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성공은 다른 국가들에게도 교훈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는 것을 거부한 제3세계 국가들은 그들에게는 아직 민주주의와 자기 결정권이 제한적임을 보여주는 증거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전후 국제 정치와 경제는 아직 죽지 않았지만, 변화하고 있습니다.
출처 : economist
본 포스팅의 목적은 단순한 정보의 전달일 뿐 투자 권유나 종목 추천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글의 내용에 의견과 사실이 혼재되어 있을 수 있으니 참고로만 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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