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사랑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될까요? | 1~7년 | 사랑이 변하는 이유 | 사랑은 왜 변할까

RayShines 2023. 2. 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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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는 유효기한이 있을까요? 연구자들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짧게는 1년, 길게는 7년 정도를 사랑의 유효기한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네 가지 종류의 사랑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랑은 에로스라고 불렀습니다. 에로스는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연인들이 서로에게 느끼는 뜨겁고 정열적인 사랑입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스토르게라고, 친구들 사이의 우정은 필리아라고 불렀으며, 인류 전체에 대한 이타적인 사랑은 아가페라고 불렀습니다. 조금 생각을 해보면 부모 자식 사이의 정이나 오랜 친구 사이의 우정, 타인에 대한 봉사적인 형태의 사랑에 대해서는 유효기간을 논하는 것이 좀 이상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에로스에는 유효기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바람과 달리 사랑은 변하는 것이지요. 변하지 않길 바라기 때문에 다이아몬드 반지가 사랑의 징표가 됐을 것입니다. 다이아몬드 diamond 는 그리스어 adamas에서 나왔습니다. Adamas는 부서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울버린의 발톱이 - 손톱일까요 - 어드만티움 Adamantium 으로 만들어졌죠. 어드만티움도 adamas에서 나온 말이고 다이아몬드와 어원이 같습니다. 그리고 영어 단어 adamant는 “요지부동의, 단호한”이라는 뜻을 가집니다. 우리는 무엇인가 너무 쉽게 변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것이 변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쉽게 부서지지 않는 것으로 그것을 기념하려고 합니다. 사랑과 다이아몬드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입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조차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다이아몬드보다 더 안정적인 구조는 흑연이며, 모든 다이아몬드는 서서히 흑연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는 데는 수십억 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라는 드비어스 사의 문구가 거짓말은 아닐 것입니다.

 

 

도파민은 쾌락에 관여합니다. 그리고 사랑에도 도파민이 크게 관여합니다.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있습니다. 우리의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도파민은 쾌락에 관여하고 운동에도 관여합니다. 도파민은 복측 피개 영역(ventral tegmental area, VTA)에서 주로 분비되어 측좌핵 nucleus accumbens 이라는 부위에 도착합니다. 이 회로를 중뇌변연계 회로 mesolimbic pathway 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뇌를 살펴보면 VTA의 활동이 증가해 있습니다. 코카인이나 헤로인을 사용해도 VTA의 활성이 증가합니다. 음식을 먹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즐거움을 느낄 때 VTA가 활성화되며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뭔가 즐거운 일이 일어나면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되고 뇌의 여러 경로들을 활주하는 도파민에 의해 일어난 전기화학작용의 총합이 우리가 느끼는 즐거움이라는 감정일 것입니다.

 

도파민은 기대감에도 관여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동시에 도파민이 기대감에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도 많습니다. 중독자들은 약을 사용하기 전부터도 중뇌변연계 회로가 조금 다릅니다. 이들은 쾌락에 대한 기대감에 대해 매우 민감한 모습을 보입니다. 11세에서 14세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보상에 대해 높은 민감성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모험 성향이 높고, 4년 뒤 약물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한 도파민의 활성을 높이는 약물을 투여받은 사람들은 투여받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어떤 관광지에 대해서 상상할 때 관광지의 속성과는 별개로 즐거운 장소일 것 같다고 묘사하는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다시 말해 도파민은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일상적 단서들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으며, 그 단서에 의해 현혹되느냐 아니면 그냥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느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도파민이 높아지면 잠재적인 보상을 과대평가하게 되며, 그에 수반될 수 있는 부정적 결과를 무시하는 경향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랑에 빠질 때처럼 말입니다.

헬렌 피셔는 166개 사회 중 147개 사회에서 낭만적 사랑, 즉 위에서 말한 에로스와 관련된 증거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남녀가 사랑에 빠져 다른 모든 것은 안중에 없는 시기를 거치는 것은 많은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뜻일 수 있습니다. 또한 그리고 고대 중국, 이집트, 그리스, 수메르의 가장 오래된 책에도 비현실적일 정도로 강렬한 사랑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열정적 사랑의 시기는 1년, 길어야 1년 반이면 끝난다고 합니다.

헬렌 피셔는 초기의 열정적 사랑이 1년에서 길어야 1년 반 정도밖에 유지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사회 심리학자들은 장기적 연인 관계를 유지하는 커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에로스의 시기는 9개월에서 2년까지 지속되며, 이 열정적 시기가 지나면 동반자적인 사랑의 형태로 관계가 전환된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확인해 왔습니다. 존 레전드의 Ordinary People이라는 곡이 있는데, 그 도입부 가사가 다음과 같습니다.

Girl I'm in love with you
This ain't the honeymoon
We're passed the infatuation phase
We're right in the thick of love
At times we get sick of love
It seems like we argue every day

위의 가사에 등장하는 infatuation이라는 말이 “열병”이라는 뜻입니다. 에로스의 시간이 지났고, 이제 우리는 매일 다투기만 한다(we argue every day)는 가사가 나오네요. 현상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쓴 것처럼 보이는 가사입니다.

 

에로스적 사랑이 3년에서 7년까지 지속된다고 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연인들의 열정적인 상호 집착의 기간이 3년에서 7년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가 첫 아이가 태어나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기간과 비슷하다고 보기도 합니다. 조금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아이가 부모의 보조 없이는 절대로 생존할 수 없는 시기가 지나기 전까지는 남녀가 서로에게 우리 표현으로는 콩깍지가 쓰여 있다는 의미이겠습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느냐는 영화 주인공의 절규는 사랑은 원래 변하는 것임을 부정하고 싶은 인간의 허황된 바람을 대변합니다. 누구나 사랑에 빠져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고, 무엇을 먹어도 맛있고, 아무리 짜증 나는 일이 있어도 웃으면서 넘길 수 있던 시기를 지납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 상대의 모든 것이 다 좋아 보이고, 그 사람이 가진 그 어떤 결점도 모두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세상 모든 것들이 두 사람의 행복을 위해 배열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전전두엽피질(prefrontal cortex, PFC)의 비활성화와 후방 대상 피질(posterior cingulate cortex, PCC)의 과활성화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PFC는 이성적 판단과 장기적 조망에 관여합니다. 그런데 PFC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면 사람은 매우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될 수 있습니다. PCC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고, 우리 자신과 관련된 사건들이 벌어질 때 활성화됩니다. 따라서 PCC가 과활성화되면 벌어지는 모든 사물과 사건을 나 위주로 해석하고, 과도한 개인적 의미를 부여하고, 그 생각에 집착하게 됩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 상황을 판단하는 PFC는 마비되고, 상황에 개인적 의미를 덧칠하는 PCC가 활성화되면 우리는 나와 같이 있는 사람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상대방과 공유하는 것들에 대해 과도한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게 되며, 함께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에 집착하게 됩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관계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PCC의 활성화가 꺼졌다는 것입니다. PFC도 제정신을 차립니다. 그때부터 상대의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며 티격태격하게 됩니다. 콩깍지가 벗겨지는 것이지요.

 

열병 같은 사랑이 평생 간다면 그것이 좋기만 할까요?

그런데 두 남녀의 불같은 사랑이 평생 지속된다면 참으로 로맨틱하고 멋진 일일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기만 할까요. 연애 초기의 감정이 한평생 유지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만약 아이가 태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서로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양육은 즉각적이고 단기적인 보상을 주는 과제가 아닙니다. 사실 매우 힘들고, 귀찮고, 짜증스러운 일상의 반복에 가깝습니다. 이것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도 가끔은 정말 막막하게 느껴집니다. 그 정도로 재미없고 힘든 일을 해야 하는데, 나에게 즐거움을 보장해 주는 다른 관계가 있고, 그 관계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모두 그렇진 않겠지만 그쪽에 시간과 에너지를 더 들이는 경우도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옛날이었다면 아이를 돌보고 보호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지 않은 경우 생존한 확률은 그런 경우에 비해 현저히 낮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아이를 돌보는 데 전적으로 집중하는 커플들의 아이들이 생존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고, 그런 아이들은 태어나 또다시 자신들의 아이들을 돌보는 데 집중하며 인구 전체에서 그런 성향을 보호자는 유전자의 비율을 높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불같은 사랑의 유통기한이 1년이든 7년이든, 어떤 시점을 지나면 남녀는 서로에 대한 집착적 애정에서 벗어나 함께 장기적인 시각을 공유하며 인생을 살아나가는 동반자, 반려자가 되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결정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사랑은 변하는 것입니다.

사랑이 변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며, 그것에 대해서 서로를 비난할 일은 더욱 아닙니다. 난 변하지 않았는데 왜 넌 변했느냐는 추궁은 애당초 성립하질 않는다는 것이지요. 빠르냐 늦느냐의 차이일 뿐 대부분의 부부, 커플들에게 그 시기는 옵니다. 하지만 그것을 전혀 두려워할 문제는 아닙니다. 도파민에 농락당하던 시기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며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삶을 좀 더 잘 살아나갈 수 있게 해 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서로에게 탐닉하며 상대방의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만 보이는 착각, 조금 심하게는 아름다운 망상의 시기가 없으면 누군가의 인생에 뛰어들고, 또 누군가를 내 인생에 들이겠다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에게 이 시기의 만용이 없다면 우리는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수도, 결혼을 할 수도, 아이를 낳을 수도 없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그 끝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그것이 두려워 눈앞에 나타는 사랑으로부터 시선을 돌릴 필요는 없으며, 사랑하는 사람에 생기면 과감하게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리고 우리의 뇌에서 도파민이 씻겨져 나감에 따라 변화하는 서로의 마음을 비겁하고 야박한 것이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다음에 있을 편안함의 단계로 함께 올라서는 것 또한 사랑의 모습 중 하나일 것입니다.

 

참고 자료 : 도파민형 인간(대니얼 Z. 리버먼), 고삐 풀린 뇌(데이비드 J. 린든), 크레이빙 마인드(저드슨 브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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