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도파민 Dopamine | 중독 Addiction | 보상 Reward | 쾌락 쾌감 Pleasure | 가치 평가 | 학습 | 기대감 반영 | Temporal Discounting

RayShines 2023. 4. 14. 12:03
반응형

중독에는 도파민이 깊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도파민이 쏟아져 나오면 우리가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들 하지요. 그런데 도파민은 가치 평가와 학습에도 관여합니다.

 

1950년대에 보상중추가 발견됐습니다. 쥐가 한 시간에 7000번이나 자극을 주는 레버를 눌렀다고 하네요.

1950년대에 피터 밀너 Peter Milner 와 제임스 올즈 James Olds 는 “같이 발화하는 세포들은 서로 연결된다(Neurons that fire together wire together)”는 헵의 법칙을 만든 학자인 도널드 헵의 지도 하에 박사 후 과정, 그리니까 우리가 흔히들 포닥이라고 불리는 과정을 밟고 있었습니다. 이 둘은 각성과 의식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중뇌 망상계를 찾고 싶었는데, 실수로 그보다 약간 앞쪽에 있는 중격 영역 septal area 이라는 곳에 바늘을 찔러 넣게 됐습니다. 물론 쥐의 뇌에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바늘과 전선을 연결하고, 쥐가 스스로 지렛대를 누를 때마다 바늘에 전기 자극이 가해지도록 했습니다. 그랬더니 쥐는 음식을 먹지도, 물을 마시지도 않고 시간당 7000번이나 지렛대를 눌렀다고 합니다. 어떤 쥐는 26시간이나 연속해서 지레를 누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상중추 reward center 라는 것이 발견됐습니다. 실제로는 측좌핵 nucleus accumbens 라는 곳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며, 여기서 분비된 도파민은 중뇌변연계 경로 mesolimbic pathway 를 타고 이동하며 음식을 먹거나 성관계 등의 행위를 할 때 보상, 그러니까 쾌감을 느끼도록 합니다.

 

 

 

1957년에 아르비드 칼손이 도파민의 분리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1957년에 스웨덴의 아르비드 칼손과 런던의 캐슬린 몬터규가 같은 해에 따로따로 도파민이라는 물질의 분리에 성공합니다. 그러니까 보상중추가 발견되고 나서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발견된 것이지요. 칼손은 이 발견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습니다.

 

 

 

도파민은 이제 너무나도 익숙한 물질이 됐습니다.

중독 물질, 게임, 음식, 운동 등을 할 때 뇌에서 도파민이 나온다는 것을 이제 우리 대부분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도파민을 얻기 위해 우리가 같은 행동을 반복하며 중독에 빠지게 된다는 것도 이제 상식처럼 느껴집니다.

 

 

 

도파민은 기대감만으로도 쏟아져 나옵니다.

원숭이에게 벨소리를 들려준 뒤 쥬스를 주는 실험을 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쥬스를 마셨을 때 도파민이 분비됐습니다. 그런데 원숭이들 학습을 했겠죠. 소리가 나면 쥬스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벨소리만 나도 도파민이 쏟아져 나옵니다. 실질적인 보상이 없어도 기대감만으로도 도파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지요. 그리고 벨소리가 난 뒤 쥬스가 나오지 않으면 도파민 수치는 기준선 아래로까지 떨어져 버렸습니다. 다시 말해서 뇌는 보상 그 자체에도 반응하지만 보상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에도 반응합니다. 그래서 도파민을 기대감 분자 Anticipation molecule 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도파민은 가치 평가, 보상에 대한 학습에도 관여합니다.

도파민은 우리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보상과 기대의 차이를 반영하여 기대를 수정하게 합니다. 학습을 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어떤 내기를 하고 나서 5000원을 벌 것으로 기대했는데 실제로 2000원만 벌면 기대치를 3000원으로 하향 조정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4000원을 벌면 기대치를 3500원으로 상향 조정할 것입니다. 도박을 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계속 잃다가 한 번에 엄청나게 큰돈을 따게 되면 기대치가 갑자기 천정부지로 치솟겠죠. 그래서 도박을 끊기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도파민은 우리가 얻게 될 가치를 평가하는 일에도 관여합니다. 기대감이 크다, 즉 얻게 될 가치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하면 도파민이 분비되며 현재 하고 있는 행동, 혹은 하려는 행동에 힘이 실립니다. 그러나 기대감이 낮다, 즉 얻게 될 가치가 적다면 도파민은 떨어지고 이에 따라 행동을 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시간 할인, 지연 가치 폄하, 현재 편향, 시점 할인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한 연구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나서 빌은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After awakening, Bill began to think about his future. In general, he expected to…)”라는 문구를 헤로인 중독자들에게 던져주고 미래라는 것이 얼마나 뒤의 일인지를 적어보게 했습니다. 그 결과는 다소 충격적입니다. 대조군, 그러니까 중독자가 아닌 이들은 평균 4.7년 후의 미래를 미래라고 생각했던 반면, 중독자들에게 미래는 평균 9일이었습니다. 중독자들에게는 그 이후의 미래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혹은 매우 가치가 낮은 것이라는 뜻이었죠. 이를 시간 할인, 지연 가치 폄하, 현재 편향, 시점 할인, 영어로는 temporal discounting 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너무나 현재 지향적이라서 미래에 대한 고려가 없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도파민은 인간의 다양한 행동에 다양한 가치를 매기도록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는 행동을 촉발하는 선조체와 기저핵에 도파민이 작용하면 행동을 더 하도록 촉발합니다. 반면 전전두엽에 도파민이 작용할 때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더 유지하려는 쪽으로 작동합니다. 쉽게 말해 전두엽에 도파민이 부족하면 작업기억의 휘발성이 강해집니다. 따라서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나 과제의 가치가 낮고 도파민이 적으면 작업기억 유지 능력이 떨어지며 다른 과제에 눈이 간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다시 말해 선조체와 기저핵에 높은 도파민이 작용하면 행동을 더 하게 만들고, 전전두엽에 높은 도파민이 작용하면 정보를 오래 유지하려는 쪽으로 가동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도파민의 노예일까요?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목표, 행동, 그리고 추상적 가치들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를 내리고, 어떤 기대를 갖는가에 대해 도파민은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정신과 기분, 그리고 감정, 생각이라는 것이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일으키는 전기화학신호의 총합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물에 잉크가 퍼져나가는 것처럼 우리의 의지가 작용할 여지가 적어진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물질에 의해 100% 조종되는 것일까요. 그렇진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어떤 과제에 정말 집중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집중을 하면 성적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물질의 지배를 받기도 하지만,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정신적 자원을 배분할 능력을 부분적으로 갖추고 있는 것도 맞는 것 같습니다.

 

참고 자료 : 중독에 빠진 뇌과학자(주디스 그리셀), 고삐 풀린 뇌(데이빗 J. 린든), 뇌는 작아지고 싶어한다(브루스 후드), 도파민 네이션(애나 렘키), 인스타브레인(안데르스 한센),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데이빗 바드르), 도파민형 인간(데이빗 Z. 리버먼), Understanding Addiction as a Pathology of Temporal Horizon(Bickel et al.)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