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인간이 인간이 된 것은 나무에서 내려왔기 때문? | 렘수면 비렘수면 NREM REM Sleep | 나무 위의 인간은 이성을 얻지 못했을 것

RayShines 2023. 5. 16.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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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잠은 비렘수면과 렘수면으로 나뉩니다. 비렘수면은 신체적, 생리적 기능이 전하된 일종의 휴식 상태라고 볼 수 있는 반면, 렘수면은 우리가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한 뇌 활성이 나타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잠에 들면 비렘수면과 렘수면이 반복되어 나타납니다.

우리가 잠에 들기 시작하면 비렘수면이 먼저 시작되고 그 이후에 렘수면이 찾아옵니다. 비렘수면을 렘수면이 뒤따르는 것을 하나의 주기라고 한다면, 이 주기는 90분가량이며 밤새도록 이것이 순환하며 반복됩니다. 그러나 앞의 주기에는 비렘수면의 비율이 높은 반면, 새벽으로 갈수록 렘수면의 비율이 증가합니다.

 

 

 

비렘수면과 렘수면이 가지는 기능이 크게 다릅니다. 

잠에 막 들었을 때 수면 주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렘수면의 한 가지 핵심 기능은 불필요한 신경 연결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반면 수면의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비율이 증가하는 렘수면 때는 신경 사이의 연결이 강화된다고 합니다.

 

 

 

비렘수면 때는 뇌파의 주파수가 깨어 있을 때의 10분의 1 정도로 떨어집니다.

우리가 깨어 있을 때에는 뇌파가 1초에 30~40회 정도 진동합니다. 다시 말해 30~40Hz의 뇌파가 주로 나타난다는 의미겠지요. 그래서 이것을 속파, 영어로는 fast frequency 라고 합니다. 빠르다는 의미이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잠에 들어 비렘수면으로 진입하면 뇌파의 속도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비렘수면을 서파 수면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때는 주파수가 2~4Hz 정도로 뚝 떨어집니다. 진동수는 떨어지는 대신 깨어 있을 때에 비해 뇌 전반에 걸쳐 동기화된 형태의 뇌파가 나타납니다.

 

 

 

대신 비렘수면 때의 뇌파는 뇌 전체에 동기화된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비렘수면 때 나타나는 뇌 전체를 아우르는 동기화된 뇌파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요? 혹자는 서파 수면을 통해 단기기억 창고에 저장되어 있던 정보가 장기기억의 창고로 옮겨진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뇌 전체에 동기화된 뇌파가 나타난다는 것이지요. 대신 비렘수면 때는 우리 몸 전체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시상의 기능이 멈춥니다. 다시 말해 외부 자극이 주어진다고 해도 이때는 뇌에 이 자극이 접수되질 않습니다. 뇌 전체가 동기화되어야 하니 어찌 보면 이것이 당연할 일일 것입니다. 뇌의 어떤 부분이 자극에 반응하게 되면 동기화는 물 건너갈 테니까요. 

 

 

 

렘수면 때의 뇌파는 우리가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합니다.  몸은 자는데 뇌는 깨어 있는 것입니다.

반면 렘수면은 비렘수면과 완전히 다릅니다. 렘수면 때의 뇌파는 우리가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시상도 다시 기능을 찾습니다. 그런데 외부 자극에 대한 채널을 여는 것이 아니라 감정, 기억, 동기 등 뇌 자체에서 오는, 즉 내부 자극에 대한 채널을 활짝 엽니다. 따라서 렘수면 때 우리 뇌는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한 활성을 보이고, 깨어 있을 때 뇌에 들어왔던 자극들, 과거의 기억들이 현란하게 펼쳐지는 무대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 자극에 반응하며 몸이 움직이게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렘수면 때는 근육의 톤이 사라집니다.

 

 

 

비렘수면 때는 기억을 강화하고, 렘수면 때는 정보들을 연결합니다.

비렘수면 때는 우리가 깨어 있는 동안 배운 것들, 경험한 것들을 장기기억 쪽으로 옮기고 강화하는 일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이것을 굳힘 consolidation 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렘수면 때는 이 재료들을 과거의 경험이나 이미 저장되어 있던 장기기억과 연결 짓는 작업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연결이 일어날 때는 우리의 논리를 담당하는 전전두엽 피질도 잠들어 있기 때문에 논리의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상호 연결이 가능해집니다. 그래서 렘수면 때 꾸는 꿈은 초현실적이며 이치에 닿지 않습니다. 하지만 렘수면 때 이루어지는 작업을 통해 우리는 정보를 조합하고, 세상을 읽어내는 모델을 만들어내어, 전체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한다고 하니다.

 

 

 

인간이 인간이 된 것은 나무에서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렘수면이 늘어난 것이지요.

과거 유인원은 나무 위에서 살았다고 하죠. 잠도 나무 위에서 잤습니다. 따라서 잘 때 근육의 긴장이 너무 풀리면 추락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근육의 긴장이 완전히 사라지는 렘수면의 비율이 적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간의 조상이 나무에서 내려오기로 결정하고, 누워서 자기 시작하면서 몸 전체의 긴장이 모두 사라져도 생존에 큰 문제가 없어지자 렘수면의 비율이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인간이 가진 고등한 인기지능이 발달할 수 있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렘수면과 비렘수면 모두 우리에게 중요한 수면입니다. 비렘수면은 수면의 전반부에, 렘수면은 수면의 후반부에 몰려 있습니다. 따라서 너무 일찍 깨면 렘수면을, 너무 늦게 자면 비렘수면을 박탈당합니다. 충분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규칙적으로 자는 것이 우리 뇌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참고 문헌 : 우리는 왜 잠을 자야할까(매슈 워커),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한나 모니어, 마르틴 게스만),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엘리에저 스턴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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