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코카인 메스암페타민 필로폰 히로뽕 엑스터시 | 마약 중독 | 각성제 | Stimulant | 도파민 | 작용 기전 | Methamphetamine | Philopon

RayShines 2023. 5. 27. 00:00
반응형

필로폰이라는 물질이 있습니다. 흔히 히로뽕이라고 불리는 마약이지요. 이런 마약을 각성제라고 부르는데 메스암페타민, 암페타민 등이 여기 속합니다. 

각성제(stimulant) 종류의 마약이 있습니다.

마약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그중 한 가지가 바로 각성제입니다. 영어로는 stimulant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정신을 자극(stimulate)하는 물질이라는 뜻입니다. 대단히 많은 물질들이 각성제에 속합니다. 우리가 가장 흔히 접하는 각성제가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과 담배에 들어 있는 니코틴입니다. 하지만 각성제에 있어서 끝은 메스암페타민(methamphetamine)과 코카인(Cocaine)입니다.

 

역사가 시작된 이후로 인류는 뭔가를 먹고, 마시고, 흡입함으로써 정신의 상태를 조종하려는 시도를 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카트 Khat나 마황 같은 식물이 각성제 역할을 하는 암페타민을 생산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으며, 이런 식물들을 여러 가지 용도로 꾸준히 소비해 왔습니다.

 

 

 

코카인은 천연 물질입니다.

코카인은 남미의 토종 식물인 Erythroxylum coca라는 식물에서 추출되는 알칼로이드입니다. 과거부터 원주민들은 이 식물의 잎을 씹으면서 그것이 주는 각성 효과를 즐겼습니다. 코카인이 처음으로 분리된 것은 1855년이며, 1880년에는 국소 마취제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코카인은 진통 효과와 혈관 수축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마취제로 사용하기 이상적이었습니다. 통증을 경감시켜 주고, 출혈도 컨트롤할 수 있었으니까요. 또한 1903년까지는 코카콜라의 주성분 중 하나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콜라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있었을 수밖에 없었겠죠.

 

 

 

프로이트도 코카인 중독자였다고 합니다.

잘 알려진 코카인 중독자 중 한 명이 프로이트입니다. 그는 코카인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명한 사례가 윌리엄 스튜어트 헬스테드입니다. 그는 1889년 5월 존스홉킨스 병원의 외과 레지던트 수련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입니다. 그는 레지던시 residency 라는 명칭의 수련 기간을 계획했습니다. 의사들이 수련 과정 중 거치는 레지던트 resident 라는 말은 말 그대로 병원에서 거주한다는 뜻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헬스테드는 수련의들이 기술과 지식을 익히려면 병원에서 상주해야 한다고 믿었고, 잠 따위는 사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그 역시 며칠 밤을 새우고도 아무런 문제 없이 일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잠을 자지 않고도 수술을 집도할 수 있었던 비밀은 바로 그가 코카인 중독자였다는 것입니다. 그는 코카인이 취해 쓴 논문을 학회지에 게재하기도 하고, 금단 증상을 견디지 못하고 수술방에서 뛰쳐나가는 등 심각한 문제를 겪었습니다. 그리고 코카인을 끊기 위해 들어간 재활 병원에서 몰핀에 중독되는 등 말년까지 중독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크랙 코카인이라는 것도 있죠.

크랙은 코카인의 한 형태로 탄산나트륨과 베이킹파우더를 섞어 부풀린 뒤 단단하게 만든 작은 백생결정체로 흡입하는 형태의 마약입니다. 그래서 락 Rocks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연기 형태로 흡입하다 보니 광범위한 폐혈관으로 순식간에 흡수되고 그래서 약효가 매우 빠릅니다. 코카인은 매우 비싸서 일부 상류층만 사용이 가능했던 반면, 크랙은 비교적 가격이 저렴했다고 합니다. 크랙에 크랙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베이킹파우더가 달궈지면서 탁탁 튀는 소리 crack 를 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필로폰 Philopon 은 일본에 의해 개발됐습니다.

도쿄대학교의 의학부 교수였던 나가이 나가요시는 에페드라 불가리스라는 식물에서 에페드린이라는 물질을 분리해 냅니다. 그리고 1893년에는 에페드린에서 수소기를 분리함으로써 인류 역사 상 처음으로 메스암페타민을 합성해 내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메스암페타민을 주요 성분으로 하는 필로폰 Philopon 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필로폰을 군인들과 공장 노동자들에게 공급했다고 합니다. 각성 효과가 있는 물질이니 졸음을 쫓아주고, 뇌를 깨워주니 집중력이 향상되어 병사들의 전투력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공장 노동자들 역시 집중력 증가로 효율은 증가하고, 식욕이 줄어드니 비용과 작업 능률이 증가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각성제의 부작용 중 하나가 식욕 감소과 수면 장애입니다. ADHD 치료제로 미국에서는 메스암페타민 계열의 약물을 사용하는데, 그 부작용 중 하나가 환자들의 식욕이 줄어들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코카인에 비해 암페타민이 가지는 특성은 암페타민의 각성 효과가 훨씬 길다는 것입니다.

 

 

이 계통의 약물들은 도파민이 시냅스 전 뉴런으로 재수송되는 과정을 차단합니다.

코카인, 암페타민, 그리고 엑스터시로 알려진 MDMA는 모두 작동 방식이 유사합니다. MDMA는 3,4-methylenedioxymethamphetamine의 약자인데, 마지막의 MA가 MethAmphetamine입니다. 즉 엑스터시 역시 메스암페타민, 즉 각성제로 분류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 세 물질들은 모노아민 계통의 물질들의 재흡수를 억제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등이 모두 모노아민 계통의 신경전달물질들입니다. 전통적으로 암페타민 계열의 약물들은 뉴런에서 도파민을 쏟아내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도파민이 쏟아져 나오면 이는 보상중추를 자극하며 쾌감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알려진 기전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우리의 뇌에서 분비되는 모든 신경전달물질의 뉴런의 말단에서 한 번 분비되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청소, 즉 제거되어야 합니다. 세포 외 환경에서는 구조를 유지하지 못해 자연스럽게 혼자 깨어지는 물질도 있고, 특정한 효소를 통해서만 파괴되는 물질도 있습니다. 어떤 물질들은 분비되었던 뉴런의 말단으로 다시 재흡수됩니다. 이 과정 중에 모노아민 수송체가 관여합니다. 다시 말해 시냅스 - 연결되는 두 뉴런 사이의 물리적 공간 - 로 분비된 도파민을 다시 시냅스 이전 뉴런으로 퍼넣는 도구가 있다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그 물질의 효과도 자연스럽게 중단될 것입니다. 일단 분비된 신경전달물질들은 다음 뉴런의 세포막의 수용체에 달라붙어 자신이 해야 될 일을 한 뒤 떨어지는데, 떨어진 물질이 다시 수용체에 달라붙는 대신 이전 세포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 당연히 효과도 멈추겠죠. 그런데 각성제 계통의 마약은 도파민 등의 모노아민 계열의 신경전달물질이 시냅스 이전의 뉴런으로 다시 수송되는 과정을 차단해 버립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도파민이 시냅스에 오래도록 머무를 것이고, 도파민으로 인해 전달되는 신호는 계속해서 유지되며 도파민의 효과가 증폭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코카인, 암페타민이 쾌감을 발생시키는 기전입니다.

 

 

 

과다 복용 시 나타나는 현상들이 있습니다.

각성제를 과다복용하면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납니다. 물론 황홀감, 각성, 피로가 사라지는 느낌, 자신감이 넘치는 느낌 등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빈맥이나 서맥, 혈압 변화, 동공 산대, 발한, 오한, 구역, 구토, 식욕 감소 및 체중 감소, 초조, 정신운동속도 저하, 근력 약화, 호흡 마비, 우울감, 흉통, 부정맥, 혼란, 발작, 이상 운동, 코마 등이 나타납니다. 또한 동요, 불안, 과민성, 폭력적 행동, 환각, 망상, 상동증 등이 나타납니다. 피부에 뭔가 기어가는 느낌, 간지러운 느낌, 스멀거리는 느낌을 받는 경우 - 영어로는 formication 이라고 합니다 - 도 많습니다.

 

이 중 상동증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진다고 합니다.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는 형태로 많이 나타납니다. 또한 필로폰, 코카인 중독 환자들은 피해망상이나 환각을 경험하는 비율이 거의 50%에 이를 정도로 높습니다. 영화에 보면 마약 중독자들이 누군가 자기를 쫓아온다고 하거나, 집에 틀어박혀 창문을 모두 가려둔 채 총을 들고 있는 장면들을 볼 수 있는데 아마도 각성제 중독 환자들일 것입니다.

 

 

 

금단도 나타납니다.

당연히 금단도 나타납니다. 넘치던 자신감이나 에너지가 넘쳐 피로감 따위는 모르던 것의 반작용으로 심한 피로감, 무기력감이 나타납니다. 또한 매우 생생하고 불쾌한 꿈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고, 불면 혹은 과수면 등 수면 장애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각성제를 복용하던 당시에 없던 식욕이 돌아오며 과도한 식욕을 보이고, 초조, 정신운동속도 저하 등이 나타납니다.

 

 

 

공식적으로 각성제는 금단 증상을 누그려 뜨려 주는 약물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약물도 전혀 없습니다.

헤로인이나 펜타닐 같은 오피오이드 계통 약물은 조성은 비슷한 동시에 효과가 긴 메타돈 같은 약물을 금단 증상을 감소시키는 데 사용합니다만, 코카인이나 메스암페타민의 경우에는 이런 약물이 전혀 없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금단 증상 자체는 1~2주 정도면 사라지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그 이후로는 길고 긴 갈망이 찾아옵니다.

 

마약을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감소하는 것은 큰 사회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중독은 중독에 빠진 인간에게서 건강하고 합리적이며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선택지를 앗아갑니다. 또한 중독은 당사자에게서 장기적 조망을 제거해 버립니다. 그 결과 목전의 만족 추구에 자신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쏟아부은 뒤 미래도 그것과 함께 태워버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중독 물질은 개인과 사회에게서 미래에 대한 조망을 말살시킵니다. 반드시 없어져야 할 물질임에도 어째서 그렇지 않을까요. 어떻게 하면 마약을 이 세상에서 없앨 수 있을까요.

 

참고 문헌 : 나는 왜 집중하지 못하는가(반건호), 도파민형 인간(대니얼 Z. 리버먼, 마이클 E. 롱), 중독에 빠진 뇌과학자(주디스 그리셀), 고삐 풀린 뇌(데이비드 J. 린든),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매튜 워커), 괴짜경제학(스티븐 레빗, 스티븐 더브너)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