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스트레스 Stress 는 무조건 나쁜 것일까요? | 좋은 스트레스 | 유스트레스 eustress | 스트레스 대처 방법

RayShines 2023. 7.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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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꼭 나쁘기만 한 것일까요.

 

스트레스가 과학적 영역으로 들어온 것에는 한스 셀리에 Hans Selye 의 공로가 큽니다.

그는 스트레스란 변화 요구에 대한 신체의 불특정한 반응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스트레스 stress 라는 말은 스트링게레 stringere, 즉 라틴어로 팽팽하게 조인다는 말에서 나왔습니다.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우리 몸은 흔히들 이야기하는 투쟁-도피 모드에 진입하며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는 줄이고, 발생한 문제에 대처하는 데 물리적, 정신적 에너지가 재배치될 수 있도록 채비를 합니다. 아마 현재가 아닌 과거, 그것도 아주 오래전 과거에는 이와 같이 즉각적으로 생존 모드로 세팅을 전환하는 것이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였을 것입니다. 식량을 구하고, 포식자로부터 몸을 피하고, 변화무쌍한 자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몸의 세팅값이 신속하게 바뀌어야만 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어려웠겠죠.

 

 

 

우리 몸이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진화된 때와 지금은 많이 다릅니다.

현대사회는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습니다. 생존과 관련된 스트레스를 사실 많지 않습니다. 물론 아직도 음식이 부족한 곳에 사는 사람들도 있고, 적절한 항생제가 없어 목숨을 잃는 일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교적 안정적 의식주를 갖추고 살아갑니다. 선사시대처럼 사소한 결정 하나 때문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사실 거의 없죠.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이는 상황은 거의 없지만 사소한 스트레스들은 훨씬 더 많이 늘어났습니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관계 역시 매우 복잡해졌고 각 개인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도 복잡다단해졌습니다. 그 모든 의무와 책임이 잠재적인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그것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터지며 멀티태스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우리를 스트레스의 한가운데로 내던져버립니다.

 

그러나 우리의 시스템은 이런 환경적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사소한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마치 그것이 생사를 결정하는 문제처럼 대응하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굳이 그렇게까지 대응하지 않아도 될 문제들에 대해서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투쟁-도피 반응 시스템이 활성화됩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상태라면 꽤 오래 쓰일 수 있었던 에너지들을 동원하여 급박한 대응 시스템에 넣어버리니 만성적인 소모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는 모든 스트레스라기보다는 만성적인 스트레스, 장기적인 스트레스라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합니다.

 

 

 

좋은 스트레스를 유스트레스 eustress 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유스트레스 eustress 라는 용어가 사용됩니다. 긍정적인 스트레스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적당한 스트레스, 적당한 긴장이 있어야만 우리의 수행 능력이 개선됩니다. 이를 여키슨-도슨 법칙 Yerkes-Dodson Law 라고 합니다. 스트레스를 가로축에, 수행능력을 세로축에 두면 종 모양의 상관관계가 그려집니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가 너무 낮거나 너무 높으면 우리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지만, 적당한 스트레스는 우리가 원활하게 기능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습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해도 그것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스트레스를 만병의 근원이라는 명제는 매우 문제가 많습니다. 스트레스가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 없이 살 수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무조건적 낙관이나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라는 명령이 주어지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남들은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즐겁다고 생각한다던데 나는 왜 안 될까 하는 좌절감과 무기력감, 죄책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말은 인간의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절대악을 찾기 위한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공허한 말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면 좋겠지만 그것이 가능한다면 누가 스트레스를 받을까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에 대한 나의 생각이라고 하지만 인간의 생각 습관은 그다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적당히 받자는 다짐 또한 썩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보다 잘 대응하는 것이 훨씬 더 실용적입니다.

차라리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냥 건강한 방식으로 화를 내고, 스트레스를 잘 푸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대책일 수도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물건을 부수고, 옆 사람에게 욕을 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것은 건강한 게 아니라 미숙한 것이며,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화를 풀자고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용인해 줄 순 없습니다. 따라서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 건강하게 화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그래서 달리기를 하고, 종이를 찢기도 하고, 베개를 치기도 하고, 찬물 샤워를 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 모든 활동들이 치솟아 오르는 화를 어느 정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것을 당장 하기 어려울 때는 호흡수를 새며 깊이 숨을 마시고 내뱉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습니다만, 벽을 치다가 손등뼈가 부러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으니까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 반드시 하나 정도는 있어어 합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을 찾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그것이 자신과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법을 어기거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면 인간의 즐거움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그렇게 해야 합니다.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을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 나지요. 각자가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이 다르니 그것은 찾아봐야 합니다. 자발적으로 하는 활동을 통해 몰입하고 그렇게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6시간 이상의 휴식은 오히려 무기력감을 증가시킬 수 있고, 소화해야 할 일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활동은 대부분 단독 활동인 경우가 많습니다. 혼자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겠지요.

 

장기적, 만성적 스트레스를 나쁜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가해지는 적당한 스트레스는 우리가 더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고, 즐거움을 주는 활동을 찾음으로써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잘 대응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참고 문헌 : 나는 스트레스 중독자(하이디 한나), 하버드 스트레스 수업(왕 팡), 건강의 뇌과학(제임스 굿윈), 스트레스는 어떻게 삶을 이롭게 하는가(우르스 빌만), 움직임의 뇌과학(캐롤라인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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