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마약 알코올 등의 물질의 끝에 허무가 있는 이유 | 가파른 즐거움 | 완만한 즐거움 | 속도가 전부가 된 세상

RayShines 2023. 7.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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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이나 술 같은 약물로 얻은 즐거움이 공허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 그럴까요?

 

물질로 얻는 쾌락의 끝에는 허무가 있다고들 합니다.

우리는 감각적이고 말초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삶의 끝에는 공허와 허무가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쾌락만을 좇다 보면 오히려 쾌락을 저 멀리 달아나고 그 자리에는 텅 빈 막막한 공간만 남아 있고 그 공간을 고통과 번민이 채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뭔가에 중독된 사람들이 찾는 최종적인 목표는 쾌락 외에 삶에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더 큰 의미를 찾게 되면 사소한 즐거움으로부터는 고개를 돌릴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종교에 귀의한 선인들을 보면 그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우리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삶의 의미가 무엇이냐 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도 답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람마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처해진 조건이 다르고, 능력과 조성이 다릅니다.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인 의미를 가지라고 강요할 수 없을뿐더러, 그런 것이 가능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종교에서 의미를 찾고, 어떤 사람은 누군가를 가르치는 데에서 의미를 찾을 것이며, 어떤 사람들은 가족에서, 어떤 사람들의 일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자신의 삶을 지탱해 주고, 역경이 있어도 살아야 하는 당위를 준다면 그것이 의미라고 할 수 있도 있겠죠.

 

 

 

삶에 의미를 주는 것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의미를 주는 것 그 자체가 무엇이냐에 대한 질문보다는 내 삶에 의미를 가져다주는 것들의 일반적인 특성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질문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제가 보기에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들의 특성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야만 즐거움을 주는 것들이라는 것입니다. 마약이나 술 같은 물질들이 주는 쾌락은 매우 빠릅니다. 찰나의 순간에 우리의 뇌를 깨우고, 신경전달물질들을 범람케 합니다. 약물을 구하는 과정에도 노력이 들어간다고 하면 더 할 말은 없습니다만, 약물 자체가 야기하는 뇌의 변화는 즉각적이며 찰나적입니다. 순식간에 올라가고 순식간에 내려오는 그 즐거움 끝에 남는 것은 벌써 끝났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친구들과 밤을 새워 놀다가 새벽녘에 집에 들어갈 때의 그 뭔지 모를 허무함을 누구나 느껴봤을 것입니다. 왁자지껄 시끌벅적 떠들고 놀던 그 소음이 사라졌을 때 전 왠지 모르게 처연했습니다. 이렇게 하루가 간 건가, 아니면 이렇게 하루가 시작하는 건가 하는 이상한 느낌 때문에 말입니다. 물론 약물을 사용하고 난 뒤의 느낌을 그것과 비교할 순 없겠으나 아마도 그 엇비슷한 기분을 매 순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봤습니다. 쉽게 취득된 것, 순식간에 일어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에 우리는 큰 의미를 두기 어렵습니다. 어차피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할 테니까 말입니다.

 

 

 

우리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것들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우리는 오래도록 가꾸어왔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고, 그래서 앞으로도 오래 지속될 것 같은 것들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어떻게 보면 그런 것들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면 그것들을 그렇게 소중이 지켜나갈 의미가 없을 테니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는 가파른 즐거움보다는 느리지만 완만한 즐거움을 주는 것들에서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 것들이 아마 종교, 오래도록 관계를 유지한 친구, 아이를 기르는 것, 서서히 발전해 나가는 취미, 오랜 기간 책을 읽는 것, 오랜 세월을 견뎌낸 영화나 음악, 미술 등을 음미하는 것 등이 아닐까 합니다. 쉽사리 즐거움을 느끼기는 어렵고, 즐거움을 느끼게 될 때까지 어느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일단 즐거움을 느끼게 되면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것들에서 우리는 만족감을 얻고 그래서 의미를 찾게 됩니다. 사람마다 즐거움을 느끼는 방식이 다르고, 같은 활동에 대해서도 다른 만족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완만한 즐거움을 찾는 사람과 가파른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은 DNA 조성이 많이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미리 다 결정되어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누구나 하나 정도는 오랜 시간 가꿀 마음속의 정원 하나 정도는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속도가 전부이고 의미인 세상이 된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 온 세상을 연결하고, 아이폰이 생산되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탄생하며 세상은 매우 즉각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빠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들 생각한 것이지요. 이번에 스레드가 5일 만에 1억 명의 가입자수를 달성한 것을 보면 세상이 얼마나 속도에 집착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ChatGPT가 2달 만에 1억 명 가입자를 달성했다고 놀랐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인스타그램의 가입자가 그대로 옮겨갔다고 하더라도 103시간 만에 1억 명을 달성했다면 한 시간에 97만 명, 분 당 16000명, 초당 1157명씩 스레드에 가입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이 속도에 익숙해졌고 느린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바로 칼답이 오지 않으면 상대가 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하트의 숫자가 빨리 늘어나지 않으면 내가 올린 게시물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속도가 곧 의미가 된 것이지요. 하지만 위에서도 이야기했듯 속도의 끝에는 어쩌면 허무가 있을지 모릅니다. 매일 보면 모르지만 시간을 두고 보면 많이 변하는 작은 정원처럼, 우리도 우리의 마음을 완만한 속도로 다스려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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