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전전두엽 피질 Prefrontal Cortex PFC | 작업기억 Working Memory | 피니어스 게이지 Phineas Gage

RayShines 2023. 7. 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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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기억이 전전두엽에 있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작업기억은 지금 이 시점에 일어나는 일들과 관련된 정보를 15~30초 정도 보유하고 있는 기억의 한 종류로 즉각 기억에서 단기 기억 사이에 걸쳐 있다고 봅니다.

 
작업기억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됩니다.
2022.03.04 - 작업 기억 | 우리가 7개 이상을 외우지 못하는 이유 | 7±2인 이유 | Miller's Magic Number Seven | 밀러의 수 | 매직 넘버 세븐 | Working Memory

작업 기억 | 우리가 7개 이상을 외우지 못하는 이유 | 7±2인 이유 | Miller's Magic Number Seven | 밀러의

지금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짧은 기간 동안 정보를 저장하고 이와 관련된 작업을 수행하도록 보조하는 기억을 작업 기억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작업기억은 명확한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의

rayshines.tistory.com

 
 
 

작업기억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의식에 머물러 있는 것들과 관련된 정보를 머금고 있는 기억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개념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만 존재하는 추상적 개념임을 생각해 본다면 작업기억 역시 매우 휘발성이 높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사실상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기억은 대부분 어제 뭘 먹었는지, 초등학교 졸업식에 어머니가 무슨 색 옷을 입었는지,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이 누구인지 등과 같이 꽤 오래된 일화와 사실에 대한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작업기억을 기억이라고 해야 하는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작업기억은 우리가 인지적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작업기억은 일종의 초단기 작업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업기억이 없으면 책을 읽을 때 문장의 뒷부분을 읽으면서 앞부분을 기억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문자 메시지로 온 인증번호를 기억해서 앱에 넣을 때, 물론 요새는 자동으로 복사가 되긴 합니다만, 번번이 잊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벌어지는 일들과 관련된 정보를 보유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굉장한 혼란이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내려지는 결정이 불과 몇 초 전의 생각과는 완전히 상반된 것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아마도 전전두엽 피질에서 작업기억을 담당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작업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가 전전두엽 피질, 영어로는 prefrontal cortex, 줄여서 PFC일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어떤 한 가지 인지 기능이 뇌의 특정한 부분에 국한되어 있는지, 아니면 뇌 전체의 네트워크에서 총체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인지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의 어디에서 무엇을 담당하고, 그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는 아이디어는 매력적입니다. 현상에 대한 설명이 용이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뇌의 기능에 대한 이해도 그 편이 훨씬 더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등쪽 가쪽 전전두엽 피질(Dorsolateral PFC)이 작업기억을 기록하며 특정한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 예상하고 기록하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의 가치도 평가해서 기록합니다. 15~30초로 매우 짧긴 합니다만 작업기억은 우리가 지금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입니다.
 
 
 

피니어스 게이지를 보면 전두엽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작업기억이 지금, 여기의 정보를 뇌에 담아준다고 생각하고, 그 기능을 전전두엽에서 담당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전전두엽은 바로 이 순간, 여기서 벌어지는 일들을 경험하고 헤쳐나가는 나 자신을 이끌어가는 키잡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전전두엽이 중요합니다. 지금 내려지는 결정과 관련된 정보들을 보유하고, 그 가치를 평가하고, 그것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평가하는 전두엽에까지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될 테니 말입니다. 전두엽이 망가진 사람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는 피니어스 게이지(Phineas Gage)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오늘날 발간되는 심리학 입문서의 3분의 2 가량이 피니어스 게이지의 사례를 언급합니다. 그 정도로 유명한 사건이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인격이 뇌에서 나온다는 첫 번째 증거였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1848년 9월 13일 폭발사고가 발생하며 아주 매끄럽고 뾰죡한 쇠막대가 그의 뇌로 뚫고 들어가 좌측 전두엽 거의 전부를 날려 버립니다. 사고 전 그는 철도 건설 현장에서 가장 능률적이고 유능한 감독 중 한 명이자 상황 판단이 빠르고 영리한 비즈니스맨으로 정열적이고 꾸준하게 자신이 계획한 바를 실행하는 사람이라는 평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고 이후 그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따금 너무도 저속한 말을 내뱉고,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견디지 못했으며,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지만 수행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회적 자제력이 없어 카메라 앞에서 누드로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폭발적으로 화를 내기도 해서 신문에 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친구들과 지인들은 게이지에 대해 더 이상 예전의 게이지가 아니다(he was no longer Gage)라는 말을 하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 인간에게는 미래도 없습니다.

전두엽의 파괴, 그리고 전전두엽의 기능 상실은 지금 이 순간을 뇌가 보유하지 못하게 할 것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서 사라져 버리니 인간은 오히려 지금 이 순간에만 갇혀 버리게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대한 평가가 없으면 현재 행동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대한 예측도 할 수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게이지처럼 마치 미래가 없는 것처럼 내키는 대로 행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놓고는 전혀 수행하지 않고, 더 그럴듯해 보이는 계획을 또다시 세우는 일을 반복하게 됩니다. 현재만 살게 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지금, 여기에 대한 느낌이 있어야 우리는 미래를 예상하며 결정 내리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전전두엽 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이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고 후회하는 것은 이 순간에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전반적 정보를 관장하는 작업기억의 기능 저하가 원인일 수도 있을지 모릅니다. 지금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기록과 가치 평가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으니, 그것이 가져올 미래의 결과에 대해서도 연계적 사고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현재에만 집중하게 되기 때문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현재에 충실하며 미래에도 대비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이 인간이 가진 고유의 기능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참고 문헌 : 기억의 뇌과학(리사 제노바), 건강의 뇌과학(제임스 굿윈), 뇌 과학의 모든 역사(매큐 코브), 엄청나게 똑똑하고 아주 가끔 엉뚱한 뇌 이야기(딘 버넷), 한없이 사악하고 더없이 관대한(리처드 랭엄), 습관의 알고리즘(러셀 폴드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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