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 | 훈육 | 학대 | 자율 | 방임

RayShines 2023. 8.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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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돌아보는 능력이 아닐까요. 

 
 
 

요새 훈육과 학대, 자율과 방임의 차이에 대한 토론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계를 설정하고, 그 제한선을 넘어섰을 때 그에 따른 페널티를 부과하는 것이 훈육이냐 학대냐 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모두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연 자율성을 배양하는 일이냐, 아니면 아이를 그저 방임하여 무질서한 상태로 방치하는 것이냐 하는 논의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 옳으냐에 대한 답은 정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럴 때 진가를 발휘하는 마법이 바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말이겠지요. 제한이 필요한 아이도 있고, 제한을 가했을 때 오히려 반항이 심해지는 아이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한에 대해 강하게 저항하는 아이에게는 적절한 자유를 보장하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일에 대해 적당한 피드백을 가하는 것이 나은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를 키울 때 가장 어려운 것은 실험을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볼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실험을 해볼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지금 내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초조함일 것입니다. 미디어에서는 아이들을 모두 명문대에 보낸 부모들이 나와서 자신들은 한 번도 공부하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으며 학원을 보내본 적도 없다는 말을 합니다. 그런 부모를 보면 내가 아이들에게 너무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많이 하고, 필요도 없는 학원을 보내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어떤 성공한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하는 대신 자신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도 아이들 앞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평소와 달리 책을 읽어보기도 합니다.
 
과연 다른 사람이 하는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면 우리도 그 사람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을까요? 매년 서점에 수백 권씩 쏟아지는 자기계발서를 읽고 그대로 따라 하면 우리는 그 책을 쓴 저자의 삶을 그대로 복제할 수 있을까요? 그러면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면서 살아갈까요. 그저 누군가 적어둔 매뉴얼을 그대로 따라서 살면 될 텐데 말이죠.
 
 
 

우리 각자는 각자의 서사를 가지고, 각자의 템포로, 각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개개인인 모두 DNA 조성이 다르고, 태어난 배경이 다르며, 그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의 양도 천차만별입니다. 순간적으로 집중을 잘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고, 장기간 무엇인가를 꾸준히 해나가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있습니다. 기분 조절을 잘하는 사람도 있고, 기분에 따라 신체적, 정신적 기능에 커다란 영향을 받는 이들도 있습니다. 신체적 능력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세상에 나와 있는 많은 튜토리얼이나 매뉴얼들은 그것을 만든 사람에게 편향되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모두 다 갖추고 있는 조건이 다른데 나와 완전히 다른 조건을 가진 사람에게나 맞는 설명서가 내가 통할리 없습니다.
 
단적인 예로 세상 사람들의 40%는 아침형 인간, 30%는 새벽형 인간, 즉 저녁형 인간입니다. 나머지 30%는 그 중간 어디 즈음의 인간들입니다. 한때 유행했던 미라클 모닝이라는 것이 있었지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뭔가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상의 30% 정도는 미라클 모닝이라는 방법이 전혀 맞지 않는 사람들일 수 있습니다. 만약 어디에도 명확히 속하지 않는 30% 중 절반인 15%가 저녁형 인간에 가깝다면 전체의 45%가 태생적으로 미라클 모닝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남들을 따라 하겠다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책을 읽고 운동을 한다고 해서 삶이 크게 달라질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하루 리듬이 깨져서 삶이 더 힘들어지고, 결국 원래의 패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을 것입니다.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는 훌륭합니다. 그러나 개인의 한계는 분명 존재합니다.

인류의 역량에는 한계가 없으며 끝없이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요. 그러나 개개인에게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각자가 가진 제약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진정으로 위대한 일임을 부정하진 않습니다. 도전은 숭고한 일이며, 도전 없는 변화는 없습니다. 그러나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마이클 조던 같은 농구 선수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것 역시 용기가 필요한 일이며 자신이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잘하는 것을 택하는 것에도 역시 용기가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일지 모릅니다. 나의 장점과 단점, 나의 한계, 내가 가진 많은 제약 중 장기적으로는 나 스스로 뛰어넘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 내가 쉽사리 영향받는 것 등 자신에 대해서 요목조목 잘 아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세상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계율들 중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은 폐기하고,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을 골라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살면서 다양한 것을 시도해 보며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은 포기할 줄 아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끝도 없이 반복되게 놔둘 순 없습니다. 시간은 한정된 자원이며, 도전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해서 현실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에만 끝없이 도전하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시간일진대 말입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결국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누군가 지시하는 것을 그대로 잘 수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자신이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결국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도록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자신의 속도로 사는 것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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