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라이어니스 : 특수 작전팀 | Special Ops : Lioness | 테일러 셰리던 쉐리던 신작 드라마 후기

RayShines 2023. 9. 5. 00:00
반응형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작가이자 감독인 테일러 셰리던의 신작 "라이어니스 : 특수 작전팀 (Special Ops : Lioness)"의 후기입니다. 본 후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테일러 셰리던이 관여한 작품들은 늘 관객들의 기대를 받습니다. 아마도 시카리오의 성공 때문일 것입니다. 그 이후로 그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여러 영화나 드라마들을 챙겨 볼 때마다 늘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간혹 별로인 영화도 있긴 합니다만 말입니다. 이번 라이어니스라는 드라마는 테일러 셰리던이 각본을 쓰고 제작까지 담당한 작품입니다. 라이어니스 Lioness, 즉 암사자라는 제목에 걸맞게 여러 명의 여자 주조연들이 등장합니다. 조 샐다나, 레이슬라 드 올리베이라, 니콜 키드먼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셋이 극을 이끌어 간다고 봐야 합니다. 세 마리의 암사자들입니다. 

 

 

 

라이어니스는 여성으로 구성된 언더커버 잠입팁입니다.

목표로 하는 인물에 직접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의 여성들과 가까워져 목표에 접근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그래서 고가치표적(high value target)을 제거하는 임무를 맡고 있으며, 그 와중에 위장이 탄로 나면 죽을 수 있다는 것도 알면서 임무에 임합니다. 그리고 조 샐다나가 분한 조는 라이어니스 팀을 지휘합니다. 조는 니콜 키드먼이 분한 케이틀린 미드의 명령을 받습니다. 이 둘은 목표를 위해서는 조직원의 희생을 불사하는 목표지향적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케이틀린 미드는 냉혈한으로 그려지는 반면, 조는 가정과 일을 양립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어머니로 그려집니다. 주요 인물인 조의 이런 면이 라이어니스를 다른 밀리터리 드라마와의 차별화시킵니다. 

 

레이슬라 드 올리베이라가 분한 크루즈 마누엘로스는 육상 선수 출신으로 남자친구에게 학대를 당하며 힘든 삶을 살아가던 중 어떤 계기로 해병대에 들어가게 됩니다. 해병대 입대 과정에서 엄청난 신체능력을 보이게 되는데 턱걸이를 연속으로 스무 개나 하는 등 탑 티어 남성들의 피지컬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크루즈는 조에게 선택받아서 라이어니스가 됩니다. 그리고 중동 테러리스틀의 자금을 대는 석유재벌의 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여 친구가 됩니다. 목적은 딸의 결혼식에 올 그를 암살하는 것입니다.

 

그 와중에 조와 크루즈에게 굵직한 사건들이 계속 터집니다. 이 사건들은 겉으로는 암사자로 사는 그녀들도 상처를 받고, 삶의 사건들에 의해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가고 싶지 않은 곳에 가서 하기 싫은 임무를 억지로 완수하는 삶을 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시카리오의 여주인공 케이트에게 알레한드로가 "넌 늑대가 아니야, 그리고 여긴 이제 늑대들의 땅이고.(You are not a wolf, and this is the land of wolves)"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테일러 셰리던의 극에 나오는 여성들은 다들 매우 강인합니다. 남성들보다도 훨씬 강인하죠. 윈드 리버의 여성 주조연들도 그렇고,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의 안젤리나 졸리 역시 그렇습니다. 동시에 이 여성들은 가끔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상대방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기도 합니다. 

 

라이어니스의 여주인공인 조와 크루즈 역시 그런 모습을 보여줍니다. 조는 딸에게 닥친 불행으로 인해 마음 아파하고, 그 와중에 딸의 곁에 같이 있어줄 수 없음에 대해 큰 죄책감을 느낍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아본 경험이 없는 크루즈는 진심을 다해 자신을 친구로 대해주는 알리야를 속인다는 죄의식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립니다. 밀리터리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목적 의식이 매우 명확한 애국주의로 무장한 사이코패스처럼 그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사람을 도구로 이용하는 일에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고, 누군가를 죽이거나 2차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것도 개의치 않죠. 라이어니스의 조도 자신은 자신이 하는 일을 믿는다고 말하며 대의에 대해 역설합니다. 하지만 만약 그 대의를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켜야 한다면 "자신의 모든 섬유 하나 하나가 거부함에 불구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아래부터는 본격적 스포일러입니다.

크루즈는 결국 목표를 달성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한 일이 결국 폭력과 복수를 대물림하는 일이었음에 불과하다며 조와 부딪힙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은 무기가 아니고, 자신의 몸은 도구가 아니라고 소리칩니다. 그들의 작전은 결국 암시장에 풀리던 석유를 시장으로 유입시켜 석유의 가격을 떨어뜨릴 뿐이며, 중동과의 관계는 40년 후퇴시켰다는 비난을 받습니다. 무엇을 위해 그 둘은 죽음을 각오하고, 스스로를 속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기면서까지 작전에 임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이런 류의 드라마나 영화들은 항상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한 인간의 존재 가치는 대체 가능한 부품에 불과하며, 그 기계가 작동하는 과정 중에 으깨지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라이어니스도 그런 면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라이어니스는 볼만합니다. 테일러 셰리던의 각본은 비교적 탄탄하고, 요소요소에 볼거리들도 있습니다. 시카리오 정도의 완성도를 기대하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테일러 셰리던은 늘 평균 이상은 해주는 것 같습니다. 

 

사자 전문가 크레이그 패커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암컷이 핵심으로, 무리의 심장이자 영혼이다. 수컷은 그저 왔다가 갈 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