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커피 카페인 중독 | 카페인 금단 | 반감기 5~9시간 | 카페인 크래쉬 Crash 크래시

RayShines 2023. 11.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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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현대인이 정말 사랑하는 음료입니다. 하루에 대략 22억 5000만 잔의 커피가 소비된다고 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1년 평균 367잔의 커피를 마신다고 합니다. 인구 5,167만 명으로 계산하면 대략 연간 대략 190억 잔의 커피가 팔리는 것이지요. 그리고 커피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습니다.

 

 

 

커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소비되는 합법적인 향정신성 약물입니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적당량을 복용할 경우 카페인은 잠을 좀 미룰 수 있게 도와주고, 작업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기도 합니다. 또한 운동능력과 지구력을 향상시켜 운동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소비량이 1년 평균 367잔이라는 의미는 하루에 한 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겠습니다. 사실 아침에 한 잔, 점심에 한 잔을 마시는 사람이 많으니 커피를 아예 마시지 않는 사람도 있고 하루에 2잔 이상 마시는 사람이 많다고 볼 수 있겠죠.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커피나무의 열매가 아니라 씨앗인데,  커피 씨앗이 이토록 광범위하게 소비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안정성 때문입니다. 카페인의 경우 복용했을 때 50%가 사망하는 양인 LD50가 체중 1kg 당 대략 192mg입니다. 일반적인 아메리카노 한 잔에 카페인 125mg이 들어있다고 가정할 때 체중 70kg의 성인 남자가 복용 후 사망할 확률이 50%인 커피의 양은 107.5잔입니다. 매우 매우 안전한 물질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널리 소비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에 과연 중독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차지하고, 카페인은 어쨌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소비되는 합법적인 향정신성 약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향정신성 약물이란 인간의 정신, 감정,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로 정의되며, 국내 마약류 관리법에서 향정신성 약물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정하는 물질로 규정됩니다. 따라서 커피가 인간의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는 향정신성 약물에 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커피의 안전성까지 동시에 고려한다면 마약류 관리법에서 규정하는 향정신성 약물에서는 빠져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카페인 중독 intoxication 과 금단이 규정되어 있습니다. 

정신장애 진단의 매뉴얼로 쓰이는 DSM-5에는 “Caffeine-Related Disorders”가 포함되어 있고, 그 아래에는 “Caffeine Intoxication”과 “Caffeine Withdrawal”이 들어 있습니다. 각각은 카페인 중독과 카페인 금단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전자의 중독은 마약에 중독되었다고 할 때의 중독(addiction)이 아니라 어떤 물질로 인한 독성이 나타났다는 뜻의 중독입니다. 예를 들면 카드뮴 중독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따이 이따이 병 같은 경우입니다. 아시겠지만 커피나 에너지 드링크처럼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는 음료를 너무 많이 마시면 안절부절못하거나 예민해지거나 잠이 오지 않는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심장이 쿵쾅 거리기도 하고 소변을 자주 보러 가게 되기도 하고 얼굴이 붉어지기도 합니다. 평소보다 약간 더 흥분한 상태가 지속되기도 합니다. 

 

 

 

커피를 마시다가 못 마시면 머리가 아픕니다.

커피를 정기적으로 마시던 사람이 커피를 마시지 않았을 때 나타나는 가장 흔한 금단 증상 중 하나가 바로 두통입니다. 실제로 매일 커피를 마시다가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두통을 겪는 사람의 비율이 50%에 달합니다. 그런데 커피를 마시면 즉시 두통은 사라지고 노동 모드에 돌입하게 되죠. 간혹 카페인 금단으로 근육통 같은 몸살 기운 같은 증상을 느끼는 사람도 있습니다. 

 

 

 

커피는 어떻게 우리의 몸을 깨우는 것일까요?

우리가 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하면 체내에는 아데노신 Adenosine 이 쌓입니다. 쉽게 말해서 아데노신은 우리가 깨어난 뒤 얼마나 흘렀는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화학적 압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깨어난 뒤 12~16시간이 지나고 나면 졸리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느낌을 뒤로 미뤄주는 물질이 바로 카페인입니다. 카페인은 아데노신이 달라붙는 수용체를 두고 아데노신과 경합합니다. 아데노신이 그 수용체와 결합하면 졸음이 쏟아지지만, 카페인이 대신 달라붙어서 아데노신과 수용체의 상호작용이 차단되면 졸리다는 신호 역시 차단되는 원리입니다. 

 

 

 

커피의 반감기는 대략 4~9시간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감기라는 것은 어떤 물질의 체내 농도가 절반으로 떨어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오후 1시에 커피를 마셨을 때 그 커피에 들어있던 카페인이 밤 10시까지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절반만 남은 카페인 역시 밤잠을 설치게 하기 충분합니다. 그럼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는데 디카페인에도 보통 커피의 15~30% 정도의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카페인은 우리가 피로감과 졸림을 느끼게 하는 물질인 아데노신을 청소해 주는 물질이 아닙니다.

카페인은 단순히 아데노신이 자기 일을 하지 못하게 잠깐 막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카페인이 아데노신 수용체에 자리 잡고 아데노신을 차단하고 있는 동안에도 우리 몸에는 아데노신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카페인이 몸에서 대부분 제거되고 나면 그때는 몸에 쌓여 있던 아데노신이 아데노신 수용체로 돌격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카페인 허탈감, 영어로는 Caffeine Crash 라고 합니다. 카페인은 간 효소에 의해 대사되어 몸에서 사라지는데, 카페인이 모두 대사되고 나면 그제야 쌓여 있던 아데노신이 우리를 짓누르며 피로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에너지 레벨이 급격히 떨어지고, 집중력도 저하되며, 다시 엄청나게 졸립니다. 다들 경험해 보신 일일 테지요. 

 

 

 

커피를 마시지 않고는 제대로 활동할 수 없다면 수면 시간을 늘려야만 합니다.

하루에 커피 한 잔 정도를 마시는 것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루 세끼를 먹은 뒤 늘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것은 야간 수면을 흐트러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카페인의 반감기가 9시간에 이를 수 있음을 고려하면 오후 1시 이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만약 정오가 되기 전에 카페인 없이 최적의 퍼포먼스를 내지 못한다면 수면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으며, 억지로 카페인으로 몸을 끌어올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체내에 쌓였던 아데노신은 8시간가량의 숙면을 취하면 완벽하게 청소되므로 카페인으로 연명하는 것보다는 충분한 잠을 자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결정입니다.

 

참고 문헌 : 중독에 빠진 뇌과학자(쥬디스 그리셀),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매슈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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