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감정일까요, 만약 사랑이 감정이 아니라면 사랑은 무엇일까요?
현대의 문화는 사랑에 매우 높은 가치를 부여합니다.
사랑은 숭고한 것이고, 사랑을 통한 두 남녀의 합일을 신성시하며, 그 결과 중 하나인 출산과 양육도 그 무엇보다도 더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것들 중 가장 고귀한 것이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느껴지는 것들 중 말초적 감각이 아닌 것들을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촉각이나 시각을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없지만, 음악을 듣고 느껴지는 그 무엇인가는 감정이라고 칭합니다.
일반적으로 감정이라고 하면 6개 정도를 말합니다.
행복, 놀라움, 두려움, 분노, 슬픔, 혐오, 이렇게 6가지입니다. 여기에 몇 개를 더 하자면 수치, 죄책감, 시기, 질투 정도입니다. 그렇게 해서 총 10개의 생리적 감정, 그리고 학습된 감정이 있다고들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감정의 종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명확히 규정된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위의 목록에 사랑이 들어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랑이 고결한 감정이라고 배우고, 이것을 당연하게 여겨 왔는데 사랑이 감정이 아니라고 하니 혼란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사랑은 무엇일까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학자들은 사랑의 끝판왕이 무엇일까, 무조건적이고 무한정인 사랑이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해 보았습니다. 세상의 사랑을 단계별로 차곡차곡 쌓으면 가장 아래에는 친구 사이의 사랑, 그 위에는 가족 간의 사랑, 그 위에는 연인 간의 사랑이 놓인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장 꼭대기에는 예상하신 것처럼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놓여있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아이에 대한 사랑이라는 것의 절대성, 그리고 그것에 대한 한 치의 의심도 할 수 없다는 당위를 몸소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는 부모를 보거나, 학대당하는 아이들의 뉴스만 봐도 분노가 치미는 것이지요.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기본적인 덕목인 자식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고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졌습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이 사랑의 전부일 수도 없고 대표일 수도 없겠으나 자식에 대한 사랑에 한정하여 생각을 해본다면 사랑은 무엇일까요? 끝없는 희생일까요, 무조건적인 헌신일까요. 우리나라 옛말에 “새끼를 낳으면 변한다”는 말이 있지요. 여기서의 변화는 긍정적인 변화를 의미하지요. 매일 밖에 나가 친구들과 술 마시며 놀기 바빴던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는 아이에 대한 사랑 때문에 집에 일찍 들어가는 가정적인 남자로 변했다는 도시전설 같은 이야기를 우린 듣고는 합니다. 이에 완전히 반대되는 격언도 있지요, 사람 안 변한다는 말 말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아이를 낳은 이후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혹은 다짐 중 하나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은 어느 정도 사실입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변화에는 동기가 필요한데 외부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변화를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심리적 저항과 반발만 불러일으킬 뿐이지요. 인간의 변화는 내부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그래야만 강력한 동기가 부여됩니다. 아이를 낳고, 아이를 위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아이에게 더 나은 롤모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며 자신을 변화시키는 부모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 아닌, 동기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지요.
이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사랑을 위대한 힘의 원천이라고 믿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변화를 위한 강력한 동기를 부여합니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불법적인 일을 하면서 살았던 사람들이 아이를 낳은 이후에는 “너는 나 같은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손을 씻고 평범한 일을 하면서 사는 일들이 영화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세상에서도 벌어집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만, 누군가에게 사랑은 변화에 대한 강력한 내부적 동인을 불러일으키는 원천이 되는 것이 분명합니다.
사랑은 삶에 대한 시각을 바꿔 놓습니다.
삶의 그림에 아이가 들어오고 양육을 하게 되면, 삶에 대한 이해 방향, 사회에 대한 조망, 미래에 대한 시각이 모두 크게 달라졌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조금 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어른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 그리고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 내가 하지 말아야 할 일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또한 비록 그것의 범위가 매우 좁다고 하더라도 나의 말과 행동이 가지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되며 그전과는 다른 무게의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고귀한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누구도 변화시키지 못했던 한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되니까요.
타인 모두를 사랑하고, 박애주의적 자세를 가지면서 살아가자는 뜻은 아닙니다. 자신의 주변을 돌보는 것과 그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 우리에게는 변화할 기회가 있고, 더 나은 선택이 있으며,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세상은 가혹하고 힘든 곳이지만, 그곳을 살아나가게 하는 힘은 우리 곁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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