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습관적, 자동적, 관성적으로 생각하는 습성을 버려야 합니다. | 정교화 Elaboration | 자동화 사고

RayShines 2024. 4. 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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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습관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내 생각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려면 습관적 생각을 멈추고, 내 생각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 뇌는 우리의 생존을 돕기 위한 알고리듬의 물리적 총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뉴런과 뉴런들은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고, 뉴런들의 네트워크는 다른 뉴런 네트워크와 또다시 복잡하게 연결되며, 말 그대로 천문학적 숫자의 연결을 만들어냅니다. 일반적으로 뇌에는 약 800~1000억 개의 뉴런, 즉 신경세포가 있고, 이 뉴런들은 약 1000조 개, 즉 10의 15승 개의 연결, 즉 시냅스를 형성합니다. 한 인간의 뇌를 구성하는 뉴런의 수의 우리은하에 존재하는 별들의 숫자와 비슷하며, 시냅스의 숫자는 3000만 년 동안의 초와 비슷한 숫자입니다. 만약 각 뉴런이 꺼지는 것을 0, 켜지는 것을 1이라고 치환한다면 경우의 수는 2 X 10의 15승이 됩니다. 말 그대로 무한한 숫자에 가깝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부품 개수가 일반적으로 25,000개 정도라고들 합니다. 전기차는 부품 숫자가 좀 적어서 15,000개 정도 된다고 하지요. 이 정도의 부품을 가진 기계도 우리는 제대로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1000억 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머신을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까 모르겠습니다.

 

 

 

뇌는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빠른 결정을 선호합니다.

1000억 개의 부품, 그리고 이 부품들이 1000조 개의 연결을 이루며 구성된 하나의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자들이 생각하는 방법 중 하나는 자동화입니다. 쉽게 말해서 생존과 직결되는 활동이나 아주 자주 일어났던 활동은 다음번에 비슷한 자극이나 상황이 발생했을 때 별 다른 에너지의 소모 없이 자동적으로 그 과정이 일어나게 해 두는 것입니다. 물이 자주 많이 흐르는 수로가 깊이 매끄럽게 파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수로가 깊이 매끄럽게 파일수록 물을 더 잘 흐르겠지요. 돌이 많아서 저항이 많아 물이 잘 흐르지 못하거나, 수로 깊이가 낮아서 수량이 조금만 많아져도 흘러넘치는 대신 많은 물도 쉽고 빠르게 흘러내려가는 그런 잘 다듬어진 수로 말입니다. 

 

우리의 뇌에는 그렇게 물이 쉽게 흐르는 수로가 무수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자극이 발생하면 아직 잘 다듬어질 기회가 없었던 수로보다 쉽게 흐를 수 있는 수로로 물이 흐릅니다. 그리고 예상하신 바와 같이 그 수로의 목적지는 늘 비슷한 곳이겠지요. 다시 말해 수원이 여러 곳이라고 하더라도 수로를 타고 물이 도달하는 곳은 같습니다. 다양한 자극이 발생해도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합니다. 우리 뇌는 습관에 따라 익숙한 방식으로 사고를 전개시켜 결론을 내리고 결정을 함으로써 인지적 부하를 줄이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에너지를 아낄 수 있고, 아낀 에너지를 조금 더 필요한 곳에 쓸 수 있습니다.

 

 

 

일상은 우리의 인지적 자원을 고갈시킵니다.

우리가 어렵고 복잡한 일을 할 때만 우리의 인지적 자원이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사소한 일들, 귀찮은 일들을 할 때도 우리의 자원은 소모됩니다. 게다가 스마트폰에 의해 점령당한 우리의 생활은 우리의 인지적 자원을 순식간에 고갈시켜 버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중요한 정치, 경제,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각자 나름대로의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게 옳으나 틀리냐, 피상적인 것이나 깊이 있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냐와 무관하게 일단 자신의 입장은 무조건 갖고 있게 됩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이유, 즉 일상생활에 치이며 고갈되어 버리는 인지적 자원의 결핍 때문에 주요 이슈에 대해 숙고하기보다는 그저 반사적, 습관적인 방식으로 생각하고 섣불리 결론 내리며 그 생각을 더 확고히 합니다. 자기 성찰과 반성을 해볼 기회가 거의 없으므로 오히려 자신의 견해에 대한 자신감은 더 강해집니다. 바꿔 말하면 이런 식으로 아무 근거 없이 발생한 자신감으로 인해 근거 없는 의견을 더 강하게 믿고 더 용감하게 주장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누군가 그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고 하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우리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반사적, 자동적, 습관적 사고를 멈추고,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져야만 합니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결론에 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숙고를 거쳐 옳은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더 중요한 때도 많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하는 도약적 사고를 잠시 멈추고, 자신의 견해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본다면, 자신이 그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면, 자신이 그 견해를 갖게 된 역사나 이유에 대해 되짚어본다면 자신이 그 문제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으며, 적절한 근거 없이 누구의 말만 듣고, 혹은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의 견해를 유지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될 수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이해하려고 할 때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에 기대는 대신,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들과의 연결점을 찾음으로써 새로운 정보를 더 잘 이해하거나 분석하려고 하는 적극적 태도를 정교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정교화를 거치는 동안 우리는 내가 새로운 지식을 이해하기 위해 이미 갖고 있는 지식이 매우 희박함을 깨닫게 됩니다. 그럼 여기서 선택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조금 더 조사를 해야 하는지, 조금 더 근거를 쌓을 때까지 결론을 내리는 것을 보류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저 예전처럼 똑같이 나에게 편안한 결론을 내릴지를 말입니다. 우리가 내려왔던 많은 결론들이 혹시 숙고와 정교화를 전혀 거치지 않은, 그저 관성적이고 습관적인 결론은 아니었는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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