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우리는 예상이 틀리면 예측 모델을 수정하는 대신 사실을 왜곡합니다 | 티핑 포인트 Tipping Point | 인지 부조화 Cognitive Dissonance

RayShines 2024. 4.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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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의 관점으로 세상을 봅니다. 그런데 나의 관점과 다르거나, 나의 예측과 빗나가는 변칙들이 쌓이기 시작하면 우리는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티핑 포인트 tipping point 에 도달하면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모델을 완전히 바꾸게 됩니다.

 

 

 

뇌는 기본적으로 예측하는 기계입니다.

어떤 사건이나 사물을 보고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을 기반으로 기대와 예측을 합니다. 사건이나 사물과의 상호 작용의 결과가 나의 기대나 예측과 일치하면 모델을 수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잘 작동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그 결과가 내 예상이나 기대와 빗나가면 그때 우리 뇌에는 가벼운 알람이 켜집니다. 큰일이 났다는 신호는 아니고, 그저 뭔가 찜찜한 기분, 부적절한 기분, 아 왜 이게 안 됐지 하는 정도의 기분이 듭니다. 일종의 부조화입니다. 인지 부조화 cognitive dissonance 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이때 우리의 모델을 수정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정보와 배치되는 정보가 나에게 들어온다고 해보죠.

만약 변칙, 그러니까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의 법칙에 위배되는 정보의 비율이 10~20% 정도라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아직 세상 정보의 80~90% 정도는 나의 예측 모델과 크게 빗나가지 않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던 모델을 강화하는 쪽으로 대응합니다. 10~20%의 변칙이 틀렸다고 생각하거나 그것에 대한 해석을 왜곡시키거나 아니면 80~90%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증거를 추가적으로 수집하여 10~20%의 변칙을 희석시켜 버립니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각자가 자긴 모델이 흔들리지 않도록 각자의 방식으로 변칙을 무시하거나, 왜곡하거나, 아니면 희미하게 해 버립니다.

 

 

 

그런데 변칙이 너무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예를 들어 나의 모델을 가지고 예측할 수 없는, 혹은 예측을 했는데 틀리는 빈도가 30, 40, 50, …, 80%가 된다면? 그럼 우리가 스스로의 모델에 대해서 느끼는 부적절감이 아주 커질 것입니다. 그리고 생각하게 됩니다. “아 지금 이 시스템으로는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없겠다, 새로운 시스템을 설치해야겠어”라고 말입니다. 이 상황을 토머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말로 표현했습니다. 한 번 패러다임이 바뀌면 예전으로 돌아가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보기에 따라 토끼로도 보이고, 오리로도 보이는 그림을 다 아실 겁니다. 처음에는 토끼로 보이다가 오리로도 보임을 깨닫게 되는 시점이 있습니다. 이 시점을 지나면 우리는 그것이 절대 다시는 토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제는 그 그림이 토끼인 동시에 오리일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패러다임이 바뀌었으니까요.

 

 

 

그럼 언제 우리는 우리의 모델을 바꾸겠다는 느낌을 받게 될까요?

일반적으로 예측이 틀리는 비율, 즉 변칙의 비율이 14% 정도 되면 조금 예민한 사람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합니다. 내 생각이, 내가 갖고 있는 의견이, 내가 구축해서 오래도록 쓰고 있었던 나의 알고리듬이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기존의 알고리듬을 폐기하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습니다. 그건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변칙의 비율이 10~20% 정도인 때에는 기존의 믿음을 강화하는 무의식적 결정이 더 많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오작동 비율이 30%를 넘어서게 되면 더 이상 이 모델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이때는 나의 마음이 바뀌었다는 의식적 각성이 뒤따르게 됩니다. 이때를 티핑 포인트 tipping point 라고 부릅니다.

 

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바닥을 치는 경험 rock bottom 을 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 역시 일종의 티핑 포인트일 수 있습니다.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패러다임, 오래도록 아끼면서 써왔던 주머니칼 같은 나만의 모델,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서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알고리듬이 바닥에 떨어지며 와장창 부서지는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티핑 포인트의 정의와 비슷하죠.

 

 

 

우리는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 의견은 묵살하거나 왜곡하거나 외면합니다.

세계적 언어학자 촘스키는 나치, 더 정확하게는 괴벨스의 주장까지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억누른다면 우리도 나치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촘스키의 주장이었습니다. 세상에 있는 많은 의견들 중 어떤 것이 우리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의견을 피력조차 하지 못하게 억압해서는 안 됩니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그리고 틀린 의견이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가 함께 존재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우리의 가치관이 틀렸다는 증거가 많이 쌓여 사회 전체가 티핑 포인트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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