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결혼을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일까요? | 농경시대의 사랑 | 의무 | 동기

RayShines 2024. 4. 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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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단순히 아이를 낳을 목적으로 결혼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인생을 함께 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과거 농경문화가 지배적이던 시대에는 대가족을 이루는 것이 생존에 필수적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기계화가 이루어지기 전의 농업은 지금보다도 훨씬 더 인력집약적인 산업이었습니다.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단시간 내에 이루어지기 어려우니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은 보다 많은 인력을 투입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식을 많이 낳아야 했습니다. 자식은 자식이기도 하지만 일꾼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대가족을 꾸리고, 그런 대가족들이 모두 노동에 투입되어야만 모든 가족이 먹고 살 수 있었습니다. 대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생존에 있어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반드시 요구된다는 뜻입니다. 대가족의 일원이던 사람이 대가족으로부터 분리되거나 추방되면 생존할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대가족에 속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있었고, 그중 하나가 대가족이라는 기본 시스템, 그리고 그런 대가족이 모여서 구성된 공동체 내부의 규칙과 문화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시스템은 폐쇄적이었습니다. 잘 모르는 낯선 사람이 시스템 내로 들어오면 식량을 나눠야 하고, 지금까지 문제없이 운영되었던 규칙을 흐트러트릴 수 있으므로 새로운 인원의 유입에 매우 보수적일 수밖에 없었겠죠. 이것은 어느 대가족, 어느 공동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하나의 가족이나 공동체에서 이탈한 뒤 다른 가족이나 공동체에 속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의 가족이나 공동체, 그리고 그 규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가족이나 공동체로 갈아탈 수가 없었다는 말입니다. 개인은 반드시 공동체의 룰을 따라야 했고, 희생을 강요당하는 순간에 있어서도 저항할 수 없었으며, 종국에는 개인보다 공동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원들이 비율이 높아지며 내부 결속은 강해지는 동시에 외부에서의 유입, 내부로부터의 유출은 철저히 차단됐습니다.

 

 

 

산업 혁명 이후 인간의 생존 공식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농경이 가장 중요한 산업이 아닌 것이 되면서, 즉 산업혁명 이후 공장 노동자의 숫자가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여러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람들이 비율이 늘어나면서 이런 문화가 자연스럽게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은 같은 고향 사람들과 모임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같은 공장 사람들과 규합할 수도 있었고, 다른 공장이지만 같은 직종을 가진 사람들과 사교적 관계를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하나의 공동체에서 이탈한다고 하더라도 여러 대안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고, 예전과 같이 공동체를 위한 희생, 공동체의 일꾼을 양성하기 위해 많은 아이를 낳고, 공동체에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은 희미해졌습니다. 자연스럽게 결혼 대상자를 보는 기준도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개인적 감정보다 공동체에 대한 충성심, 경제적 유능, 정서적 안정 등이 배우자를 판단하는 주요한 기준이었다고 하면 이제는 개인적인 끌림, 사랑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결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감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여 사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며,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결혼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생겨났습니다. 만약 농경 시대의 대가족 문화였다면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성인 남녀를 사회에서 수용해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식량은 공유하면서 후속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미이니 무임승차자로 보일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위에서도 이야기했듯 농경 시대에는 배우자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혼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이혼을 하는 순간 공동체에서 퇴출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고, 그러면 생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장 노동자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러 대안적 공동체들이 있었기 때문에 하나의 공동체에서 추방당한다고 해도 다른 공동체에 가입할 수 있었고, 여러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만약 결혼을 했던 당시에는 서로 사랑했지만, 세월이 지나 사랑이 식으면 결혼이라는 계약을 폐기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도 당장 생존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진 않았기 때문이며, 사회에서 추방 당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결혼에 있어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서로에 대한 확신을 갖고 앞으로 오랜 세월을 함께 하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랑이라는 것은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것이며, 누군가에 대한 끌림이라는 것은 계속해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만약 두 사람을 결속시키는 것이 사랑, 서로에 대한 끌림, 혹은 그 외의 긍정적 감정뿐이라면 그런 것들이 사라졌을 때 두 사람의 관계를 유지시켜 줄 장치가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결혼을 시작하고 유지하는 데 있어 사랑은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요소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어떤 시점부터인가는 서로를 지켜내겠다는 의지, 그리고 상대방을 위해 나를 변화시키겠다는 동기가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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