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내 맘 같지 않습니다. | 타인을 이해하는 것 | 거짓 합의 False Consensus

RayShines 2024. 4.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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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마음은 내 마음 같지 않다는 말을 많이들 합니다.

 

만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있지요.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 것이 정말로 어렵다는 뜻이겠지요. 그리고 세상을 살다 보면 이 말을 정말 공감하게 됩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생각이, 의견이, 태도가 전부 정말 하나같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나는 좋은 뜻을 가지고 한 말과 행동인데, 상대방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나의 호의가 상대방을 불편하게 할 때도 있고요. 누군가의 친절이 나에게는 다른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말이 나에게는 큰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이 인간관계라는 말을 하게 만드는 이유가 됩니다.

 

 

우리는 거짓된 합의로 타인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 마음이 내 맘 같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누군가의 마음을 짐작할 때 그 기준으로 쓰는 도구가 우리 자신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거짓 합의 false consensus 라고 합니다. 우리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설명할 때 상대방이 나와 동일한 마음, 동일한 배경지식, 동일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상대방이 나와는 전혀 다른 배경에서 낳고 자랐다고 하더라도 나와 유사한 정보들을 취득하고 살아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나에 대해서 생각할 때와 타인에 대해서 생각할 때 뇌에서는 거의 동일한 부위가 활성화됩니다. 다시 말해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도구로 타인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것이지요. 세상에 사람의 수보다 훨씬 더 많은 오해와 억측이 발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인간이 너무나 자기중심적으로 세상과 타인을 본다는 것이지요. 

역지사지,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것, 공감, 영어로는 in someone’s shoes 라는 표현들을 우리는 매우 흔히 씁니다. 세상에 어떤 격언들이 아주 많이 쓰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모든 인간들이 자연스럽게 행하는 미덕이라면 그것은 격언이나 명령의 형태로 구체화되지 않습니다. 하는 사람이 거의 없거나, 아무도 하지 않거나, 할 수는 있는데 너무 큰 힘이 드는 긍정적 행동들이 주로 잠언 형태로 구전되기 쉽지요. 

그래서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우리의 생각이나 기대에 비해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그다지 높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매우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천만 단위의 인원들이 모여 하나의 사회를 구성해 내고 그것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분쟁도 많습니다만, 수 만 명의 개인의 의견이 비교적 평화로운 방식으로 조율되고 수용되어 가는 것을 보면 인간은 분명히 매우 탁월한 의사소통 능력과 이해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상대방의 마음을 세세하게 읽는 데 매우 서툴 때가 있어서 불필요한 기대를 하고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 큰 실망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예측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관계의 초기에는 관계를 어느 정도 확립하기 위해 서로가 원하는 것을 예민하게 읽어내고 충족시켜 주려고 노력을 하게 됩니다. 서로의 기대가 몇 번 충족되다 보면 서로에 대한 기대가 커지게 됩니다. 때로는 기대가 너무 커지기도 하지요. 아시겠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지요. 높은 것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질 때는 큰 낙차가 느껴지는 법이니까요. 실망이 커지고, 그런 실망이 쌓여가면 상대에 대한 나의 예측이 잘못되었음을 느끼고 예측치를 수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참으로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입니다. 예측치를 수정해 나갈 때마다 그 예측치가 맞는지 다시 실험을 해야 하니까요. 바쁜 현대인들에게 이것은 참 번거롭고 힘든 일이지요. 

 

 

그래서 흔히들 택하는 전략 중 하나가 인간관계를 최대한 협소하고 단순하게 유지하자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에 대해서 아주 잘 알거나, 아니면 아주 오랜 세월, 그리고 그 세월을 겪으며 자연스럽게 치러지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견딘 관계라고 하면 서로에 대한 기대와 실망의 예측치의 영점이 비교적 정확하게 잘 맞아 있을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그래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고,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말도 있는 것이겠지요.

타인에 의해 발생하는 실망에 너무 크게 낙담하지 않고, 또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 너무 실망을 주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게 아마 인간이 인간다운 이유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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