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결혼을 하면 왜 사람이 변할까요 | 결혼과 연애의 차이

RayShines 2024. 5. 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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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하면 두 사람 사이의 관계가 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육체적인 것도 변하고, 정신적인 것도 변합니다. 이런 관계의 변화를 상대방이 변했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두 사람 외에는 거의 생각할 것이 없습니다.

사실 서로를 생각하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을 생각할 여력도 거의 없지요. 서로에 대한 사소한 정보도 수집하고, 기억하고, 몰입합니다. 서로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서로를 실망시키지 않고 매우 조심합니다. 그렇게 서로에게 서로를 완전히 내던지는 것이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의 모습이라고 우리는 생각하며,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날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결과죠. 서로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다른 것을 배우고, 다른 것을 먹고, 다른 것에서 잤던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말과 생각과 환경을 공유하며 함께 행동하는 것은 심리적 자원이 굉장히 많이 소모되는 일입니다. 자기가 해왔던 것을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까지 생각하면서 말과 생각과 행동을 해야 하니까요.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100% 에너지를 쏟지 않으면 달성하기 힘든 과제입니다. 그래서 사랑에 빠진 남녀는 서로에게 독점권을 요구합니다. 서로를 독점하지 않으면 이 관계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에게도, 직장에도, 취미에도, 컴퓨터 게임에도 사랑하는 연인을 빼앗기고 싶지 않아 합니다. 내가 독점할 수 있는 권리, 나에게만 완전히 집중하는 상대방이 사랑의 증거라고 믿기 때문이며, 얼마간은 그게 사실이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이것은 사랑에 빠진 남녀에게 주어지는 특권이고, 그때는 두 사람만의 아름다운 계절이니 누구도 이것을 비난할 수 없습니다. 자연스럽고 또 누구나 바라는 그런 일이지요.

 

 

 

두 사람의 관계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나면 뭔가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서로에 대한 사랑에 변함이 없더라도 서로에 대한 몰입도는 조금씩 낮아집니다. 그리고 결혼을 하게 되면 관계의 형태가 많이 달라집니다. 연애를 할 때는 나만 아껴주던 사람이 갑자기 다른 사람인 것처럼 느껴진다고 불평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같은 사람을 보고 완전히 다른 감정이 느껴지기 때문에 너무나 당혹감을 느끼게 됩니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판단하는 기준 중 하나가 그 사람을 만날 때 내 안에서 어떤 감정이 느껴지느냐인데 그 감정의 색깔 자체가 너무 크게 변화해 버리니 이 사람이 정말 예전에 우리 집 앞에서 붕어빵이 식을까 품에 안고 있던 그 사람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이지요. 그런데 결혼을 하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연애는 일상적인 일이라기보다는 아름다운 것, 좋은 것, 즐거운 것에 대한 지향에 가깝습니다.

두 사람은 항상 좋은 것을 생각하고, 좋은 일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많은 것을 포기해서라도 좋은 것을 취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결혼 이후의 생활은 반드시 그럴 수는 없습니다. 결혼은 일상에 훨씬 더 가깝습니다. 여행은 설레는 것이지만 일상은 너저분한 것인 것처럼 연애와 결혼도 그런 것 같습니다. 여행을 가서 호텔에서 묵을 때는 빨래나 청소는 생각하지 않지만, 집에 돌아오면 짐정리를 하고 환기를 해야 하는 것처럼 데이트를 할 때 일상은 저 멀리 물러나있지만 결혼을 하면 너저분한 일상이 우리 거실과 방에 들어와서 앉아 있습니다.

 

사랑에 빠졌을 때 서로에게 몰입하며 상대에게만 쏟았던 에너지를 회수해야만 합니다. 일상으로 돌아왔으니 일상을 챙겨합니다. 데이트를 할 때는 상대방의 기분을 맞추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데만 신경을 쓰면 되지만 일상적인 삶에서는 누구나 일을 하고, 잡일을 하고, 소소한 것들을 챙겨야 합니다. 그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된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됩니다. 특히 결혼을 하고 나면 훨씬 더 그렇습니다. 

 

결혼을 하면 역할과 의무가 늘어납니다. 배우자로서의 역할, 부모로서의 역할, 서로의 집안에 대한 역할, 온갖 역할들은 생겨나는 반면 거기서 얻어지는 즐거움은 역할의 무게에 정비례하진 않습니다. 의무만 존재하는 관계와 역할은 사람을 쉽사리 소진시키지요. 그럴 때 예전 연애하던 시절의 상대방을 기대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닙니다. 그 사람도 이미 나의 일상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일상에서 벗어난 차원의 대상이었던 그 사람은 더 이상 없기 때문입니다. 

 

 

 

결혼 이후의 변화가 무조건 나쁜 것일까요?

그런데 이 모든 변화가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있습니다. 그게 그렇게 나쁘기만 할 것일까요. 이 모든 것이 정말 상대방의 냉담과 관계의 소원 때문인 것일까요. 제 생각에 이 변화를 상대방의 잘못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상은 흥분으로 유지되기 어렵고, 결혼은 몰입만으로는 유지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야 하고, 삶의 대부분은 일상으로 채워집니다. 결국 우리가 결혼 이후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일상을 지켜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상대방에 대한 서운함을 느끼기보다는 일상을 지켜내고 있는 서로에 대한 존중을 보이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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