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운 나쁜 사람은 절대로 운 좋은 사람을 이길 수 없을까요? | 결정론적 사고 방식

RayShines 2024. 5. 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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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에 있어 운은 정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은 다 결정되어 있고 우리가 할 것은 전혀 없는 걸까요.

 

 

 

노력하는 사람은 머리 좋은 사람 못 따라가고, 머리 좋은 사람은 운 좋은 사람 못 따라간다는 말이 있지요.

아무리 날고 기는 사람도 행운이 따르는 사람보다 잘 되긴 어렵다는 의미겠지요. 어렸을 때는 이 말이 패배주의적으로 들려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모든 것이 뭔가 모르는 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믿기 어렵고, 결정론적 사고도 그다지 달갑지 않으니까요.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고,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는 전적으로 나의 선택과 결정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청춘의 특권이고 젊음이라면 마땅히 가져야 할 태도이기도 하겠지요. 그런데 나이가 어느 정도 들고 나면 세상의 어떤 부분들은 미리 결정이 되어 있고, 또 운과 불운의 힘은 너무나도 강력한 것이어서 도저히 저항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것을 철이 든다고 보기도 하고, 아니면 세상의 먼지가 묻었다고 보기도 하고, 닳고 닳았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노력해 봐야 결과가 달라질 수 없다면 노력을 해서 뭐 하냐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것들 중 많은 것이, 사실 대부분의 것들이 운의 영역에서 결정됩니다.

인간의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어떤 국가에서 태어났느냐 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국가적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으면 그 한계는 비교적 명확한 법이니까요. 그리고 다른 요소인 지능 역시 전체의 60~70% 정도까지 유전자가 좌우한다고 보기도 합니다. 누구도 자신의 부모를 고를 수는 없으니 이것 역시 운의 영역입니다. 그런데 부모가 잘 났다고 자식들도 모두 그렇냐면 또 그것이 아님을 우린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두 아들 중 한 명의 성공한 엔지니어였지만, 다른 한 명은 조현병 환자였습니다. 여기서 당연히 운이 작용했을 것입니다. 부모가 생식세포를 만드는 과정에서 한 쌍의 대립유전자 중 어떤 유전자가 정자나 난자에 들어갈지는 무작위 사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유전자가 2만 개에 불과한 데 비하여, 우리가 가진 특질들은 말 그대로 무수히 많다고 본다면 우리의 특질들은 유전자들의 조합, 혹은 상호작용, 아니면 그 유전자가 만든 단백질의 조합, 혹은 상호작용, 혹은 유전자와 단백질의 상호작용 등에 의해서 결정될 텐데 대강 말만 들어봐도 그 숫자는 무한대일 것이며 여기도 엄청나게 많은 랜덤 이벤트가 개입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운에 잠식당하고 싶지 않아 합니다.

모든 것이 운으로 결정되는 것이라면 개인의 역량은 너무나 미미한 것이 되고, 나 자신의 미래 경로를 바꾸는 데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이 노력하면 그 어떤 한계도 다 뛰어넘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신조로 삼습니다. 아디다스 광고처럼 Impossible is nothing, 나이키 광고처럼 Just do it 을 외치고, 운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모두 지워버리기 위해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주장하고, 그것을 믿습니다. 당연히 인간은 평등하고 그래야만 합니다. 동시에 우리는 운이라는 개념을 늘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재수 없는 일이 있으면 로또를 삽니다. 그리고 어떤 좋은 일이 있으면 평생 쓸 운을 다 썼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운이 소모되기도 하고, 저장되기도 하며, 상쇄되기도 하는 어떤 무형의 힘이라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운을 인정하는 말을 합니다.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과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운은 강력합니다. 그리고 무작위 사건이 우리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력도 막강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이 통제되기란 불가능하며, 그 모든 것의 경로를 알고 있는 것 또한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그것이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으며 미래는 요지부동의 것이라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명제라는 것 역시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의 미래는 아직 결정되어 있지 않은 것이며, 설령 오늘 전혀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10년 뒤의 미래에 벌어질 일을 지금 이 순간에 결정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벌어질 사건들과 그 사건들에 개입하는 변수들은 무수히 많고 무작위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행운에 마냥 속아서도 안 되겠지만, 불운 앞에 절망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행운이든 불운이든 세상에서는 어떤 일들인가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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