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FOBO(Fear of Better Option) | FOMO(Fear of Missing Out)| 현대인들의 막연한 불안감

RayShines 2024. 6. 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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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O에 이어 FOBO(Fear of Better Option)이라는 게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지금 내가 한 선택이 과연 최선이지, 더 좋은 게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한 과도한 염려를 의미하겠죠.

 

 

 

선택의 역설 Paradox of Choice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 Barry Schwartz 가 처음 고안한 용어라고 합니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으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너무 많은 선택지를 갖는 것이 오히려 우리를 덜 행복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FOBO는 이 선택의 역설에 빠져 있는 현대인들의 일상의 단면인 동시에, 현대인들이 얼마나 많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도 하겠습니다.

 

 

 

FOMO라는 용어가 처음 나왔을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FOMO의 전문적 정의는 “자신이 부재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끼리 만족스러운 경험을 누릴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학술지에 등장한 용어인데 2004년 패트릭 맥기니스에 의해서 널리 알려진 용어라고 합니다. 뭔가 좋은 것을 나만 놓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기본적으로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안감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현재 자신의 삶에 확고한 만족이 있다면 남이야 어디서 뭘 하고 놀든지 간에 크게 개의치 않을 가능성이 많죠. 그런데 내가 지금 나의 삶에 뭔가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면, “내가 이러고 있는 시간에 남들만 뭐 더 좋은 걸 하고 있는 거 아니야?”하는 불안감이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급등하는 코인, 밈스탁, 일주일이 멀다 하고 바뀌는 트렌드, 3개월도 짧은 것 같은 아이돌 탄생 주기 등은 인터넷을 타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지구를 몇 바퀴나 도는 물결을 만들어내며 그 물결에 타 있는 우리들도 현기증이 나게 합니다. FOMO가 과도해지면 단순히 뒤처진다는 게 아니라 낙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나만 불행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FOBO도 거의 비슷한 맥락이겠지요.

뭔가 더 좋은 것이 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다, 혹은 더 좋은 것이 있는데 나는 아직 그걸 모르고 있다는 불안감입니다. 전자라면 FOMO에 가깝고, 후자라면 “내가 충분히 뭔가를 더 하지 않았다”는 후회, “내가 뭔가를 최대치로 뽑아내야 하는 상황에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 그리고 이 생각이 전개되면 누군가가 나의 행복을 가로막거나 방해하고 있다는 분노가 발생할 수도 있겠죠.

 

 

 

현대인들은 SNS를 통해 늘 자신의 선택과 즐거움을 전시합니다.

그리고 남들이 테이블 위에 올려둔 전시물들을 곁눈질하면서 자신의 선택과 비교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이 가장 합리적이거나, 가장 경제적이거나, 가장 효율적이거나, 가장 가성비가 높기를 바랍니다. 나보다 더 좋은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항상 있을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난 내가 한 선택을 통해 최대치의 효용을 뽑아내겠다는 각오를 하게 되기 좋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에 넘치는 정보에 무제한으로 접근할 수 있는 현대인이라면 자신의 선택을 최선으로 만들기 위한 가능한 한 모든 정보를 취득해서 검토하는 게 의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지요. 만약 그렇지 못해서 최대 효용을 추출하지 못했다면 죄책감, 자괴감, 무가치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습니다. 남들은 어떻게든 그렇게 하려고 하면서 즐겁게들 살고 있는데 나만 이런 삶을 살고 있다는 참담함이겠죠.

 

 

 

항상 모든 것에서 최선을 결과를 내려는 경향을 가진 사람들은 우울해지기가 쉽습니다.

아시겠지만 최대화가 늘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그게 불가능하죠. 모든 조건이 최적의 상태에 있을 때에만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 확률은 많은 조건 중 단 하나라도 어긋나 있을 확률보다 훨씬 낮으니까요.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고 하면 우울증에 빠지기 매우 좋은 조건이 형성되는 것이지요.

 

 

 

제3자가 보거나 객관적으로 본다면 나의 선택보다 더 좋은 선택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다만 우리의 개인적 삶의 맥락 속에서 언제나 그런 선택이 가능하진 않습니다. 누구나 놓여진 상황이 있고, 머리로는 더 좋은 A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차선인 B를 선택하게 될 수도 있고, 최선인 A는커녕 최악인 Z를 피하기 위해 차악인 Y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경제학자들은 모든 인간들이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이성적인 존재라고 가정하지만, 실제로 시장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으며, 인간의 결정은 절대 이성 한 가지에 좌우되지 않습니다. 감정, 충동, 관계, 여건, 날씨, 그날의 점심메뉴, 스트레스 등 온갖 변수들이 우리가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걸 훼방 놓으니까요.

 

 

 

늘 좋은 결정을 내리면 좋겠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내리는 결정의 대부분이 비이성적이고 직관적인 것이라는 사실과 그 결과 역시 우리가 원하는 최선이 아닐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삶은 불완전한 것이고, 그 속을 걸어가는 우리 역시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뭐가 더 좋은 것은 늘 있다는 사실을 상정하고, 그것으로부터 빗겨나 있는 우리의 존재 역시 수용해야 하며, FOBO나 FOMO 같은 용어에 크게 휘둘릴 필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어떤 것이 단어나 용어나 유행어가 되면 실제 그것의 중요성과는 무관하게 그것이 갑자기 중요한 것처럼 느껴지며 내가 느끼는 것이 그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게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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