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뇌는 변화를 감지합니다. 그리고 일상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 대비 감지기 | 탐지기

RayShines 2024. 7. 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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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는 변화를 감지하는 데 아주 능숙합니다. 바꿔 말하면 변화하지 않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뇌는 변화를 감지하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일상적인 상태나 사건과 크게 다른 어떤 경험을 하게 되면 우리 뇌는 활기를 띱니다. 그러면서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더 주의를 집중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더 빠르게 처리해서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그래서 여행을 가면 우리는 대단한 즐거움을 느낍니다. 새로운 풍경, 새로운 먹을 것, 새로운 잠자리, 새로운 탈 것, 새로운 마실 것, 온통 모두 새로운 것들이지요. 주변의 모든 것들이 새로운 것들임을 감지한 뇌에서는 온갖 신경전달물질들이 쏟아지고 더 빠른 속도로 우리를 더 즐겁게 해 줄 것들을 찾아내기 위해 뇌의 처리능력은 더 높아집니다. 그런데 이때 우리의 뇌는 무엇을 기준으로 변화를 감지할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일상입니다. 일상적 기분, 일상적 상태, 일상적 환경 등이 우리 뇌가 변화를 감지하는 기저선이 됩니다. 일종의 디폴트값이겠죠. 그런데 이건 당연히 사람마다 크게 다르겠죠. 모든 것이 정신없이 돌아가는 도시에서 사는 사람의 뇌와 며칠 동안 시계나 달력을 보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는 한적한 곳에서 사는 사람의 뇌는 그 기저선이 많이 다를 것임에 분명합니다. 즉 사람에 따라, 그리고 같은 사람이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는 장소에 따라 일상에 대한 정의는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시속 100km로 달리는 차에 타 있다고 해보죠.

그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면 창 밖으로 바뀌는 풍경 없이는 우리가 그렇게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음을 느끼지 조차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옆에서 차가 끼어들어서 갑자기 브레이크를 밝아서 속도가 50km/h로 줄어든다면 우리의 뇌는 그 변화를 매우 강력한 것으로 감지합니다. 아니면 기분을 내겠다며 엑셀을 있는 힘껏 밟아서 짧은 시간 동안 가속을 급하게 해도 역시 우리 뇌는 변화를 크게 받아들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평소 아무리 빨리게 달리고 있어도 정속 주행을 한다면 우리 뇌는 그것이 빠른지 느린 지조차 까맣게 있습니다. 그렇지만 속도가 변하면 그것을 감지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시속 50km로 달리고 있을 때와 시속 500km로 날고 있을 때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도 달라질 것입니다. 시속 50km로 달리고 있을 때는 속도가 5km/h만 변해도 그것을 느끼겠지만, 시속 500km로 비행하고 있다면 5km/h 정도의 변화는 그다지 큰 변화로 느껴지지 않을지 모릅니다.

 

 

 

이것이 우리가 아무리 새로운 것을 가져도 즐거움이나 행복이 지속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변화가 감지되지 않으면 인간에게는 모든 것이 일상이 됩니다. 꿈에 그리던 차를 36개월 할부로 샀다고 해도 차 자체는 순식간에 일상이 됩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차의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색깔, 모양, 문을 열 때의 느낌, 차에 들어갔을 때 새 차에서 나는 접착제의 냄새, 시트에 앉았을 때의 느낌, 주행할 때의 느낌 등 차와 관련된 모든 것이 새롭기 때문에 뇌는 그 변화를 정신없이 게걸스럽게 먹어치웁니다. 우리는 그 변화를 너무나 기쁘게 받아들이고, 이 변화를 좋은 변화, 즐거운 변화라고 생각하며 행복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차의 모든 것은 곧 일상이 됩니다.

새 차가 일상이 되는 데 얼마나 걸릴까요? 3개월도 채 걸리지 않지 않을까요. 일상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지루해지죠. 일상은 사소하고 지루하고 어떤 때는 매우 하찮은 것이니까요. 즉 우리 뇌의 기저선이 조정을 거치며 새로운 세팅값이 설정됩니다. 새로운 차는 이제 “새로운 것” 폴더에서 “일상” 폴더로 옮겨집니다. “새로운 것” 폴더는 비어있으니 우리 뇌는 또 새로운 것을 갈망합니다. 새로운 무엇인가 있으면 다시 또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낄 것을 알기 때문에 차를 바꾼 지 3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유튜브에서 다른 차의 시승기를 찾아보고, 딜러샾에 가서 새로운 차에 앉아보기도 하고, 받아온 브로셔를 뒤적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뇌는 아무리 새로운 것, 좋은 것, 화려한 것, 우리에게 없었던 것을 가져도 이내 적응하고 이것을 일상으로 치부해 버립니다.

사실 그게 맞습니다. 변화를 감지하려면 기준이 필요한데 새로운 것들이 계속 새로운 것으로 남아 있는다고 하면 그 이후에 등장한 새로운 것을 빠르게 감지할 수 없겠죠. 그러면 일상은 즐거울지 모르나 생존은 위협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선조들이 살던 아주 오래전에는 세상이 그렇게 빨리 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때는 사소한 변화도 빠르고 예민하게 감지한 뒤 빠르게 일상화시켜 버리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을 것입니다. 지금 우리들은 그런 기제를 잘 발달시키고 그것에 충실했던 이들의 후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변화하는 것보다 세상의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우리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겠죠. 뇌의 이런 속성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면 최신 랩탑과 스마트폰, 더 빠른 차, 더 큰 집이 우리에게 잠시 행복을 느끼게 해 줄지는 몰라도 행복을 유지시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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