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정말 다양한 감정과 정서를 느끼고 이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본능적으로, 그리고 자동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딱 두 종류입니다. “좋다”와 “나쁘다”.
인간에게는 매우 많은 종류의 감정이 있습니다. 놀라움, 공포, 혐오, 분노, 슬픔, 행복의 6가지 감정을 생리적 감정이라고 분류하고, 시기, 질투, 수치, 죄책감을 학습된 감정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이 두 종류의 감정만 합쳐도 10가지 감정이 있는 거겠지요.
우리는 감정이 매우 빠른 속도로 발생해서 우리를 완전히 압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감정에 휩싸여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리고 또한 사랑이라는 “감정에 완전히 빠져서” 처음 본 누군가와 평생을 약속하는 경우도 있지요. 혹자는 이런 감정을 “완전히 갖추어진 감정(full-blown emotion)”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감정은 발생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찰나의 순간에 발생한다기보다는 사건에 대해서 우리가 받아들이고 해석을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반면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감정도 있습니다.
아마 이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감정일 것입니다. 이런 감정은 말 그대로 자동적으로, 본능적으로, 그리고 찰나의 순간에 발생합니다. 그런데 이런 자동적 감정은 완전한 감정처럼 그 종류가 다양하거나 같은 감정이라도 그 강도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동적인 감정은 “좋다”와 “나쁘다”로 두 종류로 나뉩니다.
우리에게 어떤 일이 닥치거나, 어떤 소식을 듣거나 했을 때 우리는 매우 짧은 시간 내에 강렬한 감정을 경험합니다.
그때 우리는 이 일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를 느끼게 됩니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도 비슷합니다. 첫인상만 가지고 우리는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를 평가합니다. 별 근거가 없이도 우린 그렇게 합니다. 뉴스를 듣고 꼼꼼히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그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 조사를 하지 않아도 그냥 느낌적으로 좋은 소식인지 나쁜 소식인지를 알게 됩니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 지나서 감정의 격랑이 지나간 이후에 차분하게 생각을 해보면 자신의 첫 번째 판단이 틀렸음을 알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지요.
자동적으로 발생하는 감정이 확실히 우리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었던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꼼꼼히 따보고 생각하고 전후관계를 조사하기 전에 일단 우리를 행동으로 몰아넣었을 테니까 말입니다. 맹수나 독사가 나타났는데 쟤는 좀 착한 맹수가 아닐까, 쟤는 독이 없는 뱀 아닐까 생각하는 것보다 일단 그 자리에서 달아나고 보는 게 훨씬 더 현명한 판단이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이것이 우리의 감정이 우리를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게 해 준다는 근거로 가장 널리 쓰이는 사례이고, 여기서의 감정은 두려움입니다.
물론 감정은 우리를 추동질해서 행동하게 만드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틀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의 질감이 변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현인들은 인간을 움직이는 두 개의 힘을 이성과 감정으로 나누고, 이성을 따르는 것이 더 현명한 판단일 수 있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한 것이겠지요.
아이들은 성인들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성인이 되면 감정이 변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깨닫게 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조금 다릅니다. 성인들처럼 10개의 감정으로 감정이 촘촘하게 분화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고, 과거의 사례가 부족하기 때문에 여러 상황에서 여러 감정을 경험해 본 적도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자동적인 감정이 더 강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좋을 때는 함박웃음을 짓고, 싫을 때는 밑도 끝도 없이,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그냥 웁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 보라고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게 참 쉽지 않습니다. 그냥 본능적으로 좋은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은 것이고, 설명할 순 없지만 불쾌하고 두려워서 우는 것입니다.
아이들에 대해서 우리가 이해해야 할 거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들은 성인들처럼 자신의 감정을 세세하게 들여다보고 설명해 본 경험이 별로 없습니다. 아이들이 감정적인 혼란을 겪을 때 아이들을 성인 대하듯이 하는 것보다는, 아이가 처한 혼란감을 이해하고 차분하게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설명을 해주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과 교훈이 쌓이고 쌓이면 그 아이는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감정을 보다 잘 감지하고, 잘 들여다보고, 잘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참고 문헌 : 호모 프로스펙투스
'조금 깊은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소한 것이라도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접근하세요. | 전두엽 | 뇌는 훈련과 학습을 하는 기관 (307) | 2024.08.08 |
---|---|
청년층의 우울증이 만연한 사회의 미래는 암울할 것입니다. | 비전 없는 사회 | 청년층의 절망감 | 장기적 조망 | 미래와의 연결성 상실 (279) | 2024.08.06 |
감정적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 | 적절한 감정의 쌍을 가지는 것 (328) | 2024.07.30 |
감정에 압도 당하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없을지 모릅니다. | 정서 우선성 Affect Primacy | 이 또한 지나가리라 | This too shall pass (397) | 2024.07.27 |
정신장애는 병일까요, 반응일까요? | 정신질환 | 편견 |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 (329) | 2024.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