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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쓰리 빌보드 후기 |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 | 프랜시스 맥도먼드 | 샘 록웰 | 우디 해럴슨

RayShines 2024. 8. 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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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쓰리 빌보드를 보고 쓴 후기입니다. 스포일러가 매우 매우 매우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아래 링크는 IMDB로 연결됩니다.

 

https://www.imdb.com/title/tt5027774/?ref_=fn_al_tt_1

 

쓰리 빌보드 (2017) ⭐ 8.1 | Comedy, Crime, Drama

1h 55m | 15

www.imdb.com

 

 

영화의 원제는 “Three Billboards Outside Ebbing, Missouri”입니다. 우리말로 이야기하면 “미주리 주, 에빙의 외각에 있는 3개의 광고판” 정도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영화 상에서 에빙은 지명인데, 실제로 찾아보면 미주리에 에빙이라는 곳은 없다고 합니다. 

 

영화의 감독은 마틴 맥도나인데, 초기작은 “킬러들의 도시”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서 나왔던 “In Bruges”였습니다. 브뤼헤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 2008년 개봉작인데, 당시에도 보고 가벼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킬러들이 주인공이고, 당시 액션 영화도 제법 많이 찍던 콜린 퍼렐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가벼운 액션 영화인 줄 알고 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진중하고 무거운 영화여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매우 인상적인 영화였고, 쓰리 빌보드를 보게 된 이유도 감독이 마틴 맥도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중년 여배우 중 압도적인 중량감을 자랑하는 프랜시스 맥도먼드입니다. 그녀는 영화에서 성폭력 사건으로 딸을 잃은 밀드리드 역할로 나옵니다. 하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고 또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분노하고 있던 그녀는 3개의 광고판(three billboards)에 경찰을 비난하는 원색적인 광고를 게재합니다. 빨간 바탕에 검은 글씨를 쓰여진 각각의 광고판에는 “Raped While Dying", "And Still No Arrests?", "How Come, Chief Willoughby?”라고 쓰여 있습니다. “죽어가면서 강간을 당했는데”, “아직도 체포를 못했다고”, “윌러비 서장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라는 내용이지요. 영화 상에서 에빙은 주민들이 서로 얼굴을 다 아는 작은 소도시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불편한 내용의 광고에 대해서 그녀를 비난합니다.

 

또 다른 주인공은 윌러비 서장으로 우디 해럴슨이 연기합니다. 우디 해럴슨 역시 매번 좋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이지요. 그는 여기서 췌장암을 앓고 있는 경찰서장 역할을 맡았는데 특유의 장난스러워 보이는 표정 속에 언뜻 스치는 감정 표현이 역시 좋습니다.

 

샘 록웰은 딕슨이라는 경찰로 분합니다. 딕슨이라는 캐릭터는 밀드리드만큼이나 그 비중이 높으며 후반으로 갈수록 역할이 더 커집니다. 딕슨은 경찰이긴 하지만 인종차별주의자에 아직도 어머니와 같이 사는 마마보이로 나옵니다. 경찰서에 앉아서 만화책을 보며 시간을 때우는 무능해 보이고 그다지 지적으로 보이지도 않는 그런 역할입니다.

 

영화 상에서 밀드리드는 이혼을 했습니다. 전 남편은 전직 경찰이었는데 매우 폭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밀드리드를 때리기도 했던 것 같고 지금은 19살 밖에 되지 않는 여자와 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밀드리드에게는 또 다른 분노의 포인트로 작용합니다. 영화 상에서 밀드리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입니다. 딸을 잃은 분노 때문에 그럴 수도 있지만, 아마 그전에도 매우 충동적인 사람이었음에 분명합니다. 딸이 사고를 당하던 그날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화를 내고 나가는 딸에게 심한 말을 내뱉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학생들의 사타구니를 걷어 차기도 하고, 자신의 앞에서 윌러비 서장을 두둔하는 치과의사의 엄지손톱을 드릴로 뚫어버리기도 하지요. 폭력을 쓰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성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췌장암으로 죽어가던 월러비 서장은 가족들에게 투병하는 모습을 보이느니 차라리 조금이라도 건강해 보일 때 죽겠다는 결심을 하고 자살합니다. 월러비 서장에게 각별한 애정을 느끼고 있던 딕슨은 상실감과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밀드리드의 광고를 실어둔 광고사 직원에게 린치를 가합니다. 그리고는 누군가가 밀드리드의 광고판을 전부 불태워버리지요. 그녀는 경찰이 그렇게 했다고 믿고는 경찰서에 화염병을 던져 불을 지릅니다. 그런데 그 안에 딕슨이 있었고 딕슨은 심한 화상을 입습니다.

 

월러비의 죽음 이후 경찰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 딕슨은 화재의 원인이 밀드리드였음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합니다. 우연히 엿듣게 대화에서 사건의 범인으로 의심되는 남성의 DNA를 얻기 위해 일부러 시비를 벌인 것이지요.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그는 범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됩니다. 딕슨과 밀드리드는 실망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 남자가 분명히 범죄를 저지른 것은 확실하니 단죄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함께 차를 타고 떠납니다. 그러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쓰리 빌보드에 나오는 인물들은 뭔가 종잡을 수 없습니다. 밀드리드는 예측이 불가능한 사람에 가깝고, 월러비 역시 전혀 낌새도 없던 상황에서 자신의 머리를 권총으로 쏩니다. 아무 짝에 쓸모없어 보였던 딕슨은 월러비의 죽음, 화상 사고 이후 크게 변화합니다.

 

영화에서 불은 꽤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리고 붉은색 역시 그러합니다. 광고판의 색깔은 타는 듯한 붉은색입니다. 살해당한 안젤라의 시신이 불태워져 있었던 것도 불이라는 맥락과 연결됩니다. 그래서 광고판도 붉은 색인 것 같고요. 그리고 그 광고판 역시 불태워집니다. 딕슨은 불타는 경찰서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이후 다음 단계로 나아갑니다. 영화에서 불은 소멸을 가져오고, 분노를 상징하는 동시에 정화를 가져오기도 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딸의 죽음 앞에 분노를 터뜨리는 밀드리드는 그 자체로 불에 가깝고, 자신의 분노를 붉은색과 불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그 불의 흔적을 몸에 고스란히 지니게 된 딕슨과의 여정에서도 그녀는 불과 함께 하는 것이지요.

 

쓰리 빌보드는 아주 재미있는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프랜시스 맥도먼드과 샘 록웰의 연기 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습니다. 영화 마지막에는 허무, 공허, 막막함, 텅 빈 희망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둘의 여정이 어떻게 끝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결말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들면서도 아마 이 예측 역시 빗나가겠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영화니 시간이 있을 때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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