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갖고 있는 물건들은 얼마나 가치가 있는 걸까요? 그리고 내가 가진 물건은 나의 가치와 얼마나 관계가 있을까요.
우리는 뭔가를 많이 가지기 위해 많이 노력합니다.
갖고 싶던 물건을 갖게 되면 기쁘기도 하고, 성공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또 나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내가 이런 시계를 차고, 이런 옷을 입고, 이런 차를 타고, 이런 집에 살기 때문에 “난 더 가치 있는 사람이 된 걸 거야”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지요.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내가 가진 것들의 가치는 나의 가치 중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미국의 위대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한 사람의 자아는 그 사람의 신체와 정신적 능력은 물론이고, 옷, 집, 배우자, 아이들, 조상, 친구, 명성, 직장, 땅, 말, 보트, 은행 계좌 등 제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전부를 합친 것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나라는 사람의 자아를 이루는 데 내가 소유하고 있는 모든 물질이 포함되는 것이니, 어떤 물질을 갖고 있느냐가 내가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데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미칠 것임에 분명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아무리 가져도 - 사실 그렇게 많이 가져본 적도 없긴 하지만 - 계속 더 좋은 것, 더 큰 것, 더 비싼 것을 원하게 됨을 알고 있습니다.
뇌는 기본적으로 차이를 감지하는 감지기입니다. 뇌는 변화한 것을 먼저 알아차리게 되어 있고, 변화하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것에서는 관심을 끕니다. 우리가 차를 타고 달릴 때 시속 100km로 달린다고 하더라도 속도가 변하지 않으면 그 속도를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시속 30km로 달리다가 갑자기 100km로 달리게 되면 그 가속도를 온몸으로 느끼지요. 그런 것과 비슷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빨리 달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우리가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 거기 익숙해지면 그것들은 우리의 관심을 끌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고, 더 좋은 것을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또 새로운 것, 더 좋은 것을 얻고 나면, 그보다 더 새로운 것과 더욱더 좋은 것에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지요. 이 무한히 돌아가는 쳇바퀴는 우리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우리가 가진 것과 우리의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게 만드는 유혹이기도 합니다.
윌리엄 제임스의 말은 일견 타당합니다. 그러나 그 말이 내가 가진 것의 가치가 내 가치를 결정한다는 말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내가 더 좋은 것을 가진다고 해서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내가 가진 것은 나의 일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나를 결정하는 요소에 내가 가진 물질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물질을 취득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더 반짝이는 시계와 더 빠른 차가 내가 스스로 느끼고 평가하는 나 자신의 가치와는 정말 관계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이걸 가진다고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까?”하는 의문이 드는 시점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찾아온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나면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아주 큰 것에까지 회의가 들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람”하며 혼잣말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물질을 취득하는 것, 그리고 취득하기 위해 애쓰는 것에 대해 조금 초연해지게 됩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좋은 것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저도 그렇게 살고 있고, 열심히 사는 많은 분들의 노력을 저 역시 존중합니다. 다만 더 많이 갖는 것이 내가 더 좋은 사람을 되게 하느냐에 대한 생각에 대해서는 한 번 회의적인 반성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면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서 논의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 가치가 다르니까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보다 더 좋은 사람, 보다 더 독립적인 사람, 보다 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현재의 삶을 갈고닦아 나가고 있는 분들이라면 살면서 한 번 정도는 맞닥뜨리게 될 의문일 수밖에 없습니다.
난 과연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있을까, 그리고 내가 지금 가지려고 하는 것들이 나를 그렇게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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