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라는 소설이 있습니다. 완벽한 외양을 가진 도리언 그레이라는 청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소설을 읽지 않은 분들에게는 아래 내용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도리언 그레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미를 갖고 태어난 남자입니다.
그는 자신을 모델로 그려진 자신의 초상화를 보고는 어느 순간 젊음과 육체적 매력이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는 그것에 대한 말할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초조를 느낍니다. 여기서 마법적인 일이 벌어지게 되는데, 그의 젊음과 아름다움은 유지되는 대신 그의 초상화가 대신 늙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그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 초상화가 그려지던 때의 미를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는 육체적 아름다움과 도덕적 고결함을 하나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속되는 젊음의 싱그러움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그는 그것을 마음껏 누리고, 또 이용합니다. 극 중 확실히 드러나지는 않으나 그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육체적 매력을 아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그에게 매혹당했을 것입니다. 압도적인 미 앞에 저항할 수 있는 인간은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도 아름다운 연예인들을 보면 그들의 모든 것, 그들의 전인격이 훌륭할 것이라는 착각을 간혹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매우 크게 실망하기도 하지요. “얼굴이 아깝다”는 말을 내뱉기도 하고요. 이 말속에는 훌륭한 외형과 도덕적 고결함을 동일시하는 착각이 숨어있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두 가지는 완전히 별개이지만 흔히 인간들은 그 두 가지를 착각합니다. 잘 생기고 예쁜 사람은 도덕적으로도 훌륭하고 성품도 좋고 위생적으로도 청결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미, 도덕, 청결의 3종 세트를 한꺼번에 묶어서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동맹국이나 적국을 생각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맹국민들은 다들 착하고, 청결하고, 고결할 것이라고 믿는 반면, 적국민들은 불결하고, 추악하고, 타락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곤 합니다. 우리는 뭔가를 판단할 때 복잡한 경로보다는 빠르고 간단한 경로를 택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인지적 부하를 줄여주고 우리가 소모하는 에너지의 20%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뇌라는 기관의 효율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방법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도리언 그레이는 본인이 훌륭한 외모 말고는 가진 자원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노화에 따라 외모가 시들어가는 것을 그렇게까지 두려워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요. 외모라는 것은 쇠락할 수밖에 없는 자원임에 분명한데 그것이 유지되리라고 믿는 것 자체가 인간들이 갖고 있는 오해 중 하나입니다. 외모는 분명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그리고 외모가 전부인 사회나 집단도 분명히 존재합니다만 일반적 영역에서 사는 일반적 인구들에게 외모는 중요하되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또한 외모는 한 개인을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인간에게는 외모 말고도 중요한 요소들이 많이 있고, 내가 갖고 있는 많은 것들 중 어떤 강점은 더 키우고, 어떤 단점은 조금이라도 보완할지 철저히 당사자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많은 장점 중 단 한 가지만을 보고 살거나, 내가 가진 장점들은 무시한 채 사소한 단점에만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에 분명합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든 외모는 반드시 쇠락하는 자원이기 때문에 좋은 외모를 가졌다고 해서 다른 장점을 보다 더 갈고닦지 않거나, 다른 단점을 조금이라도 고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육체적 쇠락에 따라 반드시 매력을 잃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도리언 그레이는 훌륭한 외적 조건을 갖췄지만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강인한 영혼은 갖추지 못했습니다.
지성이든, 아름다움이든, 육체적 능력이든, 각 개인에게 어떤 특출 난 장점이 있다고 한다면 그 개인은 반드시 그것을 알고, 그 장점을 감당할 수 있는 정신적 안정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인간의 모든 특질은 반드시 양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즉, 한 가지 특질에도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잘 벼려진 예리한 칼은 적을 벨 수도 있지만, 나를 벨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감당하지 못할 그 무엇인가는 갖지 않는 것이 난을 수도 있고, 만약 좋은 것을 가지고 있다면 반드시 그것을 감당할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조금 깊은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으로부터 단절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408) | 2025.03.22 |
---|---|
인격 Character 와 성격 Personality 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383) | 2025.03.18 |
<두 도시 이야기>의 북탑 105호 | 고립이 우리 뇌에 가져오는 결과 | 백색 공포 | 알카트라즈 | 구멍 (Hole) | 찰스 디킨스 (534) | 2025.03.11 |
하루 몇 보나, 얼마나 빠르게 걸어야 할까요? | 걷기의 효과 (668) | 2025.03.08 |
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 | 네안데르탈인 아이 (473) | 2025.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