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깊은 생각

인격 Character 와 성격 Personality 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RayShines 2025. 3. 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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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에는 인격, 성격을 의미하는 단어가 크게 두 가지 있습니다. Character와 Personality가 그것이지요. 그런데 이 두 가지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이 글에서는 character를 인격, 혹은 인성으로 번역하고, personality는 성격으로 번역해 보겠습니다.

성격이라는 영단어, personality는 18세기 이전에는 영어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그전까지는 성격이라는 단어는 없고, 인격(혹은 인성)이라는 단어만 존재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혹자는 인격의 문화가 성격의 문화로 전환된 것에 대해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격(character)이라는 단어에는 도덕적, 윤리적 색채가 강하게 배어있습니다.

적어도 미국 문화에서 보기에 인격(character)이라는 말은 어떤 개인이 갖춰야 할 덕목들의 총합을 지칭하는 말이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근면, 절제, 장기적 안목, 미래를 위해 현재의 만족을 지연하는 것, 전체를 위해 개인의 만족을 희생하는 것 등이 거기 해당합니다. 따라서 인격이라는 말에는 높은 수준의 자기 규율, 영어 단어로 discipline 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인격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크게 다른 개념이라기보다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바람직하고 권장되는 한 가지 전형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연히 인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기 수양이 필요할 것이며, 자기 수양은 누군가와 있을 때의 태도보다 자기 혼자 있을 때 어떤 식으로 행동하느냐가 더 중요한 이슈가 됩니다. 동양적 표현으로 신독이지요. 남들이 보지 않아도, 나 혼자 있어도 스스로의 행동의 삼간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산업 혁명, 그리고 그 이후 이어진 풍요가 넘치던 시대, 이른바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시대적 배경인 금박 시대(도금 시대, The Gilded Age)를 거치며 성격(personality)의 시대로 전환되었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넘쳐나면 검약은 더 이상 예전처럼 중요한 미덕이 되지 않습니다. 물질적 여유가 생기면 사람들은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차를 타고 싶고, 좋은 집에서 살고 싶어 집니다. 당연한 것이지요. 그리고 자신의 물질적 성공을 겉으로 드러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남들에게는 없는 그 무엇인가에 돈을 쓰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집단 속에서 한 구성원으로서 존립하고 자기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면, 이제 독립된 한 개인의 취향과 선호를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해진 것이지요. 모든 것에 도금을 할 정도로 풍요로운 시대였으니까요. 물질적 풍요는 사람들에게 도덕적으로 결정된 한 가지 모델을 따라야 한다는 의무는 벗겨내고, 사람들로 하여금 소비 활동을 통한 한 개인으로서의 차별성을 마음껏 드러낼 힘을 돌려주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성격(personality)은 개성이라는 단어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인격(character)은 상대적으로 고정된 개념이며, 바람직한 인격의 범위는 매우 협소합니다.

왜냐하면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인격이라는 말에는 도덕적 개념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도덕, 윤리는 시대에 따라 다소 변화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정형화되어 있습니다. 도덕률을 어떤 식으로 따를 것이냐에 대해서 수많은 학자들이 여러 가지 전략들을 고안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은 어떤 식으로 살아야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바람직하냐가 도덕, 윤리일 테니까 말입니다.

 

 

 

반면 성격(personality)은 극단적으로 유동적입니다.

성격은 인격처럼 어떤 한 가지 스테레오타입이 있는 것이 아니며, 세상에 1억 명의 사람이 있다면 1억 개의 성격이나 개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 개인을 나머지 전체와 구별해 주는 그 사람만의 특별한 그 무엇인가를 성격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마음껏 표현할 권리까지도 성격에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성격의 종류는 무한하며 어떤 성격이 다른 어떤 것보다 모든 면에서 반드시 우월하다고 정해둘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격과 성격 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 한 인간의 성격은 그 사람의 고유한 그 무엇이므로 무조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인간이라면 의무적으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인격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성격은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어떤 인격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모든 이에게 강요하는 것도 무조건 바람직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과거와 달리 세상은 너무 복잡해졌고 각자의 사정 역시 너무나 복잡하니까요. 이럴 때 제시할 수 있는 가장 비겁한 방법은 두 가지 다 중요하다면서 발을 빼는 것이겠지요. 저도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솔직히 전 인격과 성격이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성격을 찾아나가는 것, 그리고 크고 작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인격을 갖추는 것 모두 필요한 게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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