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우리가 원하는 평범한 삶은 정말 평범한 것인가요?

RayShines 2025. 3. 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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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누군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 물어보면 “그저 평범한 삶”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 제가 그저 평범한 삶을 원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평범의 정의는 사람마다 많이 다른 것 같기는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평범한 삶은 평탄한 동시에, 평균 이상의 삶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별한 고난과 역경은 없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리는 것보다는 많은 것을 누리고 싶어 하는 것이 우리의 마음입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돈 많이 벌어도 하루에 세끼 먹는 것은 다 똑같다고 말은 하지만 끼니의 횟수가 같다고 하더라도 무엇을, 어떤 상황에서 먹는지는 삼시 세끼라는 횟수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는 그저 운송 수단일 뿐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롤스로이스가 좋은 차라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어떤 것 두 가지가 그저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있다고 해서 그 두 가지가 같은 가치를 가진다고 무조건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바라는 평범한 삶이라는 것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어떤 카테고리에 들어있는 것들 중 최하단에 있는 것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있는 것이 모두 동일한 가치를 갖는다면 어떤 음식을 먹든, 어떤 옷을 입든, 어떤 집에 살든 아무런 차이가 없어야 하고, 각 개인들도 그렇게 느껴야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이라는 것은 사실 평범한 것인 아닙니다. 

 

 

 

개인이 자신의 삶을 더 좋은 자리에 가져다 두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 욕망을 부정한다면 지금까지 이렇게 세상이 발전해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더 좋은 것을 원하고, 더 많은 것을 갖길 원했던 것이 세상을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 중 하나임을 부정하긴 어렵습니다. 물론 모든 이들이 다 풍요롭고 평등한 삶을 사는 것이 이상적일 수도 있음을 부정하진 않습니다만, 그런 세상은 정말 만들기 어렵습니다. 옆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삶을 살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을 제도로 억눌려야 하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평등이라는 것이 중요한 가치임에 대해서도 알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완전히 같은 삶을 살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굶주리는 사람은 없어야 하고, 누구든 비와 바람을 피해 쉴 수 있는 집은 있어야 하고, 아플 때 적절한 수준의 치료는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이들이 완전히 동질한 인생을 사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바람은 채우고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일단 그것이 평등의 시작일 것입니다.

 

 

 

아마도 그래서 우리는 대놓고 “난 남들보다 잘 살고 싶다”고 말하는 대신 “그저 평범한 삶”을 바라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속으로는 남들보다 잘 살고 싶은 마음이 대부분의 사람에게 조금씩은 있을지 모릅니다만 그 욕망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뭔가 마뜩지 않은 부분이 없지 않은 것이겠지요. 그래서 그저 그냥 남들과 비슷한 평범한 삶을 원하지만, 사실 그 평범한 삶이 매우 도달하기 어려운 수준의 삶인 경우가 더러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자신도 겉으로는 “그저 평범한 게 좋은 거지”라고 말은 하지만 마음속 깊이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그저 평범한 삶은 아닌 것 같습니다. 평균 이상의 차, 평균 이상의 집, 평균 이상의 돈 등을 원합니다. 그리고 만약 그것을 갖게 되면 그것을 “이건 그저 평범한 수준이지”라고 말하며 평균의 수준을 왜곡합니다. 실제로 그것은 평균 이상의 것들일 수도 있는데 그것을 평범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이 평균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이미 가진 것의 가치는 절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는 것은 우리가 악하거나 못 됐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는 취득하기 전에는 얻고자 하는 것의 가치를 평가절상합니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우리의 기대가 한껏 들이부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저것을 가지면” 나의 삶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 말입니다. 마치 그것을 갖기 전의 나와 가진 후의 내가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는 것처럼 생각하며 우리는 너무나도 큰 기대를 합니다. 그러나 일단 갖고 나면 “저것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는 후퇴하고, 그것의 가치에 대한 평가는 절하됩니다. 그저 평균 정도의 가치를 갖게 되거나, 그 이하의 가치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기대가 클수록 가치의 낙폭 역시 클 가능성이 높지요. 이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만약 내 수중에 있는 것에 대해 너무 높은 가치를 부여하거나 그게 최고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가 가진 것은 평균 정도의 가치를 가져야만 합니다. 그래야 새롭고, 더 좋은 것을 갖고 싶다는 욕망이 우리를 앞으로 떠밀 테니까요.

 

우리는 그런 식으로 우리 자신을 기만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것은 필요한 기만일 수도 있습니다. 어제보다 더 나아지고 싶다는 마음을 단순히 욕심이나 욕망으로 치부해 버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우리가 쉽게 이야기하는 “평범”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것들을 평범하다고 이야기함으로써, 정말 평범한 것들의 가치를 무의식적으로 절하하고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우리의 삶은 어찌 보면 평범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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