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요한 것에 시간을 쏟습니다. 바꿔 말하면 우리가 시간을 쏟지 않는다면 그 대상들은 우리가 자신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가진 가장 한정적인 자원이 시간이겠지요.
따라서 내가 시간을 어디에 쓰느냐가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내 스스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일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마구잡이로 소모한다면, 그것은 가장 중요한 자원을 어디에 투입해야 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고, 그것은 결국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뜻일 테니까 말입니다. 우리는 시간을 잘 써야 합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우리가 시간을 어디에 쓰느냐는 우리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를 반영합니다.
자동차를 아주 아끼는 사람들은 세차하는 데도 시간을 쏟고, 세차된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는 데에도 시간을 쏟습니다. 그리고 거기 들이는 시간을 전혀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기 스스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시간을 쏟는 것이 아까우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합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더 책을 읽고 싶어 하고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아쉬워합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이고,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즐길 수 있는 것들에는 반드시 시간이 투여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시간은 한정적 자원이므로 그것에 시간을 투여하면 다른 것에 투입할 여유분은 줄어들게 됩니다.
슬프게도 우리의 삶에는 반드시 수행해야 할 역할과 임무가 있습니다.
일이 그렇고, 가정과 가족이 그렇습니다. 사실 이 두 가지가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은 대부분 하루에 8시간 정도를 가져갑니다. 우리 사회의 계약이 그러하니까요. 자는 시간을 8시간이라고 한다면 우리에게 남는 시간은 8시간 정도입니다. 만약 노동 시간이 너무 길다면 당연히 남는 시간은 더 줄어듭니다. 당연히 가정과 가족에 쓸 시간이 줄어들겠지요. 일에 쫓겨서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일을 하는 분들 중 가족이 소중하지 않아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다들 먹고살기 위해서, 그리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그렇게 합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가족들은 그 상황을 이해할 것입니다. 하지만 안 그런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시간이 자꾸 쌓이고 쌓여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의 부채가 커지면 커질수록 남겨진 가족들의 생각은 “우리 아빠/남편은, 우리 엄마/아내는 일만 하고 우리랑 보낼 시간은 없어”에서 “우리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분명해”로 바뀝니다. 시작은 그게 아니었지만, 지금까지의 시간, 그리고 역사가 그것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섭니다. “정말 가족이 중요했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려운 게 아니니까요. 그러면서 가정 내에서의 자리는 자꾸 줄어들고, 대화를 하자고 하면 “이제까지 신경 하나도 안 쓰다가 갑자기 왜?”라는 질문을 받게 됩니다. 이상한 상황이지요. 본인들은 가족을 위해서 “몸이 부서져라” 일만 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이방인 취급이니까요. 안타깝고 슬픈 상황입니다.
이 모든 것은 시간이 너무나 한정적 자원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본능적으로 나에게 시간을 쏟지 않는 이는 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들 하는 말이 있지요. “마음은 안 그렇다”, “마음으로는 서로 다 아는 거 아니냐”는 말입니다. 내가 시간을 쏟지 않아도, 서로 교감이 없어도, 그저 내가 그런 마음 - 가족을 위한 마음 - 으로 하고 있다는 걸 가족들도 알 것이고, 언젠가는 다 보상이 될 것이며, 그때는 모두가 다 행복할 것이라는 그런 마법에 가까운 주문 말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거의 작동하지 않습니다. 같이 시간을 보내지 않은 구성원들 사이에 정서적 교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며, 같은 사건과 상황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으면 공감은 더 어려운 것이 되고, 서로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은 사라지고 소원해진 느낌, 어색한 느낌만 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중요한 이들에게 반드시 시간을 쏟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일에 쫓기는 이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노동 문화 자체에 커다란 문제가 있는 것이고, 더 나아가 경제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의 기본 단위인 가정의 응집력이 떨어지는 와중에 개인이 어디에서 애정과 사랑과 관심과 소속감을 찾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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