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든 생각

"라떼는"이 일어나는 비율이 많게는 대화의 80%에 달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전혀 듣지 않고 있는 것이지요.

RayShines 2025. 6. 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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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화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잘 듣는 것, 경청하는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 대화의 60%, SNS 상의 대화의 80%가량에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요새도 “라떼는”이라는 말이 널리 쓰입니다.

누군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그 이야기를 들을 생각은 하지 않고, 그 이야기에 의해 촉발된 자기 경험을 과시하느라 바빠서 “나 때는”으로 운을 띄우며 자기 이야기만 하는 세태를 비꼬는 말입니다. 얼마나 이러는 사람들이 많길래 이런 말까지 생겼을까 싶습니다만, 실제로 조사를 해보면 “나 때는”을 하는 경우가 전체 대화의 60~80% 정도나 된다고 합니다.

 

 

 

누군가 이야기를 했을 때 “(그런데) 나도 그런 적 있어”로 시작하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는 묵살한 채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을 자기중심적 전환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일상 대화의 많게는 60%에서 이런 자기중심적 전환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SNS 상의 대화에서는 자기중심적 전환의 비율이 80%까지 치솟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전체의 50% 이상에는 언제 “라떼는”을 시전 할지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사실 인간의 본성 상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뇌에서 도파민을 뿜어낸다고 합니다. 주목을 늘기는 사람이라면 더 그렇겠죠, 많은 사람들이 자기를 바라보고 있을 때 자신의 무용담을 호기롭게 펼쳐내는 것 자체가 쾌감을 느껴지니까요. 또 다른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하기 위해 자신 월급의 17%가량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싫고 부끄러움을 타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즐거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라떼는”은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은 아닙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가까운 사람이 없는 사람들, 혹은  직장에서 자신의 위치나 사회적 지위에 기대어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강제로 듣게끔 하는 것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라떼는”을 하지 않을 유인이 거의 없습니다. 최대한 많이 하는 게 오히려 유리하겠죠.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기분도 좋아지는 데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라떼는”이 깊이 있는 대화를 얼마나 망가뜨리는지 알고 있습니다.

대화를 독점하는 사람이 훼방꾼이라는 말이 있지요. 대화란 두 사람이 서로에게 집중하며 추는 일종의 춤과 같은 것입니다. 만약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한다든지, 한 사람이 반복적으로 상대방이 이야기할 기회를 가로챈다면 그것은 대화가 아니라 연설이나 강의에 가깝습니다. 그것은 의견 피력, 선언, 자기주장, 지식 전달을 위한 것이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상호 작용이 아닙니다. 우리의 본성이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에 치우쳐 있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정당화되진 않습니다. 우리에게 파괴적인 본능이 숨겨져 있다고 해도 사회를 구성하며 살기 위해서는 동물적 본성을 억눌려야 하듯이 이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말하기를 좋아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청중이 있기 때문에 성립합니다. 들어주는 사람이 없이 그냥 혼자 말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 산에 가서 혼잣말을 해도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그것으로 쾌감을 느끼거나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습니다. 인간이 말을 할 때 쾌감을 느끼는 것은 아마도 “내가 경청되고 있고, 그래서 난 지금 이 순간 중요한 존재”임을 느끼게 되어서일 것입니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나 혼자만 이야기를 할 것이 아니라 나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그 사람 역시 나에게 경청되는 느낌을 받고, 그로 인해 양자 간의 대화가 더 가치 있는 것이 될 것임에 분명합니다.

 

올바르게 세상을 살도록 해주는 한 가지 규칙은 없습니다. 만약 억지로 그것을 찾는다면 내가 대우받고 싶은 방식대로 상대를 대우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 세계에서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차선책은 내가 싫은 것은 상대방에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내 말을 가로채는 것이 싫다면 나부터 그것을 하지 않는 것이 성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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