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회사채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습니다. 채권 가격이 오르면 채권 수익률은 떨어지게 됩니다. 현재 정크본드 스프레드가 4% 포인트 아래로 내려왔는데, 이는 심각한 경기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입니다.
국채이든 회사채이든 채권의 수익률은 채권의 가격과 반비례합니다.
채권은 돈을 빌리고 빌려주었다는 증서입니다. 채권 소유자는 정해진 이율대로 매년 이자를 받습니다. 예를 들어 이표 - 즉 채권에 적혀 있는 금리 - 가 10%인 100만 원짜리 10년 만기 채권이 있다고 가정하면, 이 채권의 소유자는 100만 원의 10%인 10만 원을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이자로 받습니다. 그런데 채권의 소유자는 반드시 채권 만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간에 채권을 다른 사람에게 팔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중 금리가 20%로 올랐다고 해보죠. 새롭게 발행되는 100만 원짜리 채권은 매년 20만 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10%짜리 채권은 아무도 사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10%짜리 채권의 가격이 떨어질 것입니다. 매년 정해진 이자를 주는 채권을 액면가보다 더 싸게 구매하면 그만큼 수익률이 오를 것입니다. 그럼 가격이 얼마까지 떨어질까요? 현재 시중 금리와 같아질 때까지 떨어질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기존의 금리 10%이고 100만 원이었던 채권의 가격은 50만 원까지 떨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50만 원 들여서 매년 10만 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연 수익률 20%가 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채권의 가격과 수익률이 반비례하는 원리입니다.
2022.06.17 - 채권 | Bond | 채권 수익률과 가격이 반비례하는 이유
작년에는 회사채의 가격이 크게 떨어졌었습니다. 다시 말해 회사채의 수익률이 크게 올랐었습니다.
그래서 회사채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두 자리 수의 손실을 보았습니다. 여기서 손실이란 채권의 가격이 떨어져서 발생하는 손실을 말합니다. 채권은 정해진 이자를 계속 받는다는 약속이기 때문에 지급되는 이자의 금액이 변하진 않습니다. 비슷한 예로 3%의 배당수익률을 약속하는 배당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주가가 10%가 떨어진다면 어떤 투자자나 그것을 손실로 생각합니다. 정해진 배당금이 나온다고 해서 그것을 성공적인 투자로 보진 않으니까요.
그런데 올해 들어서 회사채의 가격이 오르며 수익률은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이 이제 기업들이 경기가 하락하더라도 견딜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A라는 기업의 회사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이라서 도산의 위험도 배제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회사채의 이자율은 당연히 높아야 할 것입니다. 높은 이자가 지급되지 않으면 아무도 이 회사의 채권의 사지 않으려 할 것이니까요. 그래서 예를 들어 8%의 이자를 받는다고 해보죠. 저는 매년 8%의 이자를 받는 대신, 이 기업이 도산하면 빌려준 돈을 모두 떼이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높은 위험 등급의 회사채의 이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투자자들이 8%가 아니라 6%, 5% 정도의 금리를 받고도 회사의 부도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부도의 위험이 예전만큼 높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바로 지금 그런 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작년에 회사채의 가격이 급격히 떨어졌던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연준이 금리를 올렸기 때문입니다. 위에 설명했던 상황이 그대로 펼쳐진 것입니다. 도산 위험이 0%에 수렴하는 미국채에 투자하면 4%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저금리 시대에 발행되어 3% 이자만 지급하는 데다가 부도의 위험까지 있는 회사채에 투자할 이유가 없지요. 당연히 3%짜리 회사채 보유자들은 이것을 팔고 4%짜리 국채를 사려고 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3%짜리 회사채의 가격은 떨어집니다. 가격이 떨어지니 수익률은 올랐을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금리가 상승하며 기업들의 부채 상환 부담이 증가하며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을 한 투자자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역시 회사의 부도 위험을 높이고 회사채의 가격을 떨어뜨립니다.
하지만 이제 투자자들의 위의 두 가지 위험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주 있었던 FOMC와 이어진 기자회견의 내용을 지켜본 뒤 시장은 연준이 당분간 고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장기적으로는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 베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의 고용 지표가 너무 타이트하게 나와서 연준이 쉽사리 금리를 내릴 환경이 조성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장기적으로는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시장의 의견인 것이지요.
정크본드, 즉 부실채권에 투자할 때 투자자들이 받는 프리미엄이 4% 포인트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정크본드에 투자하려면 그만큼 높은 이자를 받아야 가능합니다. 도산의 위험이 있으니 그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신 이자라도 많이 받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채와 정크본드의 금리 차이 - 스프레드 - 를 바탕으로 경기침체나 부도의 위험을 가늠합니다. 그 스프레드가 크면 클수록, 즉 안전한 대신 이자율은 낮은 미국채의 금리와 위험한 대신 이자율은 높은 정크본드의 금리 차이가 크면 클수록 미래 전망이 불투명하고 기업의 도산 위험도 크다는 것이지요. 심각한 부도의 위험이 있다고 보는 스프레드의 컷오프가 4% 포인트입니다. 스프레드가 4% 포인트보다 높으면 그만큼 정크본드 투자가 위험하다는 뜻이고, 그 아래라면 비교적 안전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코로나 초입의 스프레드는 10% 포인트였고, 2008년 금융 위기 때는 20% 포인트였습니다. 이 수치를 보면 스프레드의 의미가 더 잘 이해되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 스프레드가 4% 포인트 아래로 내려왔다는 의미는 시장에서는 이제 정말 위험한 상황은 지나갔다는 판단을 하는 것이겠지요.
올해와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고수익 채권이 $1060억 규모이며, 이는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라고 합니다.
2026~2029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의 규모가 $8810억 임을 고려하면 $1060억 정도의 규모는 그다지 큰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골드만 삭스의 의견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만약 올해 말, 내년 초에 경기침체가 발생한다고 해도 채권을 상환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의 규모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아주 큰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침체되어 시장에 돈이 없는데 대규모의 채권을 상환하기 위해, 즉 빌린 돈을 갚기 위해 큰돈이 필요하다면 큰 일이지요. 채권을 상환할 때는 대부분 새로운 채권을 발행하여 기존 채권을 갚는데, 경기침체 정도가 심하면 돈을 빌리기 어려울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부도 위험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올해 정크본드의 부도율은 2.8% 정도로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수치는 최근 몇 개월 사이 상승하고 있기는 하지만 과거의 경기침체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올해 들어서 회사채 금리가 떨어지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들 것이고, 이제 기업의 재무담당자들은 조금 싼 이자의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려고 할 것입니다. 물론 아직 시장의 금리가 높긴 하지만 말입니다. 올해 1월 정크본드 레벨의 회사채 금리는 8.5% 정도로 매우 높아 보입니다만, 작년 가을에는 12%까지 올랐었으니 많이 떨어진 수준입니다.
이제 정말 최악의 상황은 지나간 것일까요. 아직 안심하기는 이를 것 같습니다. 차분히 기다리며 시장을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출처 : 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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