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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안전할까요 | 은행의 본질은 신용 사기일까 | 실리콘 밸리 뱅크 | 뱅크런 | SVB | Silicon Valley Bank | 파산 | 부도 | Bank Run

RayShines 2023. 3. 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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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밸리 뱅크 사태와 관련하여 이코노미스트에 올라온 기사입니다. 은행이 투자자들이나 정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취약하다는 내용입니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신용 사기(confidence trick)입니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예금자들이 모두 달려와 예금을 인출해 가면 도산하지 않을 은행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대량인출사태, 즉 뱅크런이 발생하면 은행은 무조건 부도가 납니다. 왜냐하면 은행은 예금자들이 예치한 돈을 전부 은행 금고 안에 보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돈 중 일부만 금고에 넣어 놓고 나머지 돈은 대출해 주고 그 이자를 받아서 먹고살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예금 중 실제로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돈의 비율을 지급준비율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외의 돈은 전부 다 대출을 해줍니다.

 

예를 들어 지급 준비율이 10%라고 해보겠습니다. 은행 A는 10억 원의 예금 중 1억 원만 현금으로 준비하고 나머지 9억은 은행 B에게 대출해 줍니다. 은행 B는 이 중 9천만 원만 보유하고, 8억 1천만 원을 대출합니다. 이런 식으로 무한히 대출이 발생한다면 시중의 돈은 10억 + 9억 + 8.1억 + … 으로 무한히 늘어나며 100억이 됩니다. 이것을 이른바 돈복사, 자본주의에서는 신용 창조라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처음으로 은행 역할을 하던 것은 금세공업자들이었습니다. 당시에는 금이 화폐였으므로 사람들은 금을 금세공업자들에게 맡겨두었다가 필요하면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무거운 금을 그때마다 꺼내고 옮기고 하는 게 어려우니 맡겨두었다는 증서를 써놓고 증서만 가지고 거래를 했습니다. 그러던 중 금세공업자들이 기발한 생각을 했습니다. 금을 맡겨둔 사람들이 한꺼번에 다 금을 찾으러 오는 것도 아니니 우리도 이걸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자는 것이었죠. 이것이 신용 창조의 시작입니다.

 

 

 

은행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고객들을 안심시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은행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찾으러 은행으로 달려오지 않도록 안심을 시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실리콘 밸리 은행은 바로 이것에 실패한 것입니다. 예금자들이 자신들의 돈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게끔 확신을 주지 못한 것이지요.

 

실리콘 밸리 뱅크는 설립된 지 40년가량 되는 미국에서 16번째 규모의 은행이지만, 파산하는 데는 40시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3월 8일에 실리콘 밸리 뱅크는 채권 투자 손실을 커버하기 위해 20억 달러 규모의 자기 자본 발행을 선언했는데, 뭔가 수상한 낌새를 차린 시장은 그 즉시 실리콘 밸리 뱅크의 재무제표를 샅샅이 뒤졌습니다. 그리고 실리콘 밸리 뱅크가 보유한 자산의 절반 이상이 장기 국채에 투자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채권의 가치는 떨어진 상태였죠. 금리가 오르면 채권의 가격이 떨어지는 원리에 대해서는 아래의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2022.06.17 - 채권 | Bond | 채권 수익률과 가격이 반비례하는 이유

 

채권 | Bond | 채권 수익률과 가격이 반비례하는 이유

채권(bond)은 "얼마를 빌렸고(융자금), 언제까지 갚을 것이며(만기), 이자는 얼마를 주겠다고 명시한 증서"를 말합니다. 채권은 정부나 회사 등이 자금 확보를 위해 발행할 수 있습니다. 채권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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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바로 420억 달러의 예금에 대한 인출 요청이 발생했습니다. 이는 실리콘 밸리 뱅크 자산의 4분의 1이 넘는 규모입니다. 그리고 3월 10일 정오에 당국은 실리콘 밸리 뱅크의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실리콘 밸리 뱅크는 스타트업들이 받은 투자금을 예금으로 받아 장기 미국채를 샀습니다.

스타트업들이 투자받은 거액을 모두 회사 금고에 쌓아두진 않겠죠. 이들은 투자금을 실리콘 밸리 뱅크에 맡겼습니다. 일종의 예금을 한 것이지요. 그리고 실리콘 밸리 뱅크는 이 예금을 시장이 고점이던 시기, 즉 금리가 0에 가깝던 시기에 장기 미국채에 투자하는 데 썼습니다. 연준이 기준 금리를 4.5%까지 올리자 채권 가치가 크게 떨어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경기가 좋지 않고 스타트업들도 이자 비용이 증가하며 어려운 국면에 몰리자 직원들 월급을 주려고 예금을 찾으러 갔을 것입니다. 실리콘 밸리 뱅크도 돈을 내주고 싶지만, 상당 부분이 채권에 투자되어 있고 지금 채권을 팔려고 하니 손실이 너무 커서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었겠죠. 그러면서 이 모든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은행의 대차대조표는 예금자의 대차대조표의 거울상(mirror image)입니다. 은행은 예금자에게 예금만큼의 돈을 빚진 것입니다. 대출자들은 대출만큼의 돈을 은행에게 빚진 것이며, 이는 은행에게는 자산입니다. 2022년 초입에 미국의 기준 금리는 0에 가까웠습니다. 당시 미국의 은행들은 총 24조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중 3.4조 달러는 언제든 예금자에게 내줄 수 있는 현금이었습니다. 그리고 6조 달러 다량은 국채, 주택저당채권담보부채권 등의 증권 형태였습니다. 그리고 11.2조 달러는 대출이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대출은 개인이나 기업에게는 부채이지만 은행에게는 자산이니까요. 그리고 이 대출은 19조 달러에 달하는 예금을 기반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19조 달러 중 절반은 FDIC(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에 의해 보호되는 예금, 그리고 절반은 그렇지 않은 예금이었습니다. 참고로 FDIC는 미국의 예금자보호 제도라고 볼 수 있으며 한도가 25만 달러입니다. 우리나라는 5000만 원이지요.

 

그런데 금리가 4.5%로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채권의 가격 역시 가파르게 떨어집니다. 하지만 이것은 대차대조표에 기입되진 않습니다. FDIC의 추산으로는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미국의 금융 기관들에 발생한 미실현 손실이 620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를 mark-to-market loss라고 합니다. 채권은 액면가가 있지만 금리가 오르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떨어지지요. 최근에 그런 일이 발생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채권의 시가가 떨어진 것이지요.  그리고 보유한 채권의 가치가 10%가량 떨어지면 전체 은행이 보유한 자산의 25% 이상이 증발한다고 합니다.

 

 

 

은행의 진짜 리스크는 예금자들의 행동에 달려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예금자들은 예금을 인출하여 더 많은 금리를 주는 예금이나 MMF 같은 곳으로 옮깁니다. 은행들이 예금자들의 이탈을 막으려면 이자를 올려야겠지요. 이는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을 증가시킵니다.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이 부채입니다. 예금자에게 줘야 할 이자는 개인의 입장에서는 대출 이자입니다. 은행은 예금자에게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 대출자들에게 이자를 더 붙여 빌려주고 예대 마진을 취합니다. 그게 은행의 일반적 수익 구조이지요. 그런데 대출 금리가 오르면 은행이 대출해 줄 돈을 마련하는 비용이 늘어나게 되지요. 그런데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고정금리대출의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기준금리가 상승해도 은행의 이자수입은 비슷합니다. 그런데 비용은 증가하니 수익률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은행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소문이 SNS를 타고 퍼지면 이번 실리콘 밸리 뱅크처럼 하루아침에 예금이 모두 빠져나가버리며 파산하게 됩니다.

 

 

 

연준이 미국의 은행들을 구제한다고 나서긴 했습니다.

이번에 연준이 Bank Term Funding Progromme이라는 것을 런칭하며 파산 위기에 처한 은행들이 예금자들에게 예금을 쉽게 되돌려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미봉책일 뿐입니다. 이 프로그램 역시 연준이 은행에 돈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산의 시가가 아니라 액면가로 빌려주겠다고 하니 그 손실은 연준이 떠안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돈에도 역시 이자가 붙겠지요. 4.5%가량이 될 것입니다. 만약 은행들이 그 이상의 수익을 내지 못하면 뱅크런으로 빠르게 망하지는 않더라도, 서서히 도산하는 결과만 낳게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전 어려을 때 은행은 돈이 쌓여있는 곳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IMF 때 은행들이 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잘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은행은 돈이 모이는 데가 아닌가, 그런데 어떻게 은행이 망할까 하는 단순한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2008년 리먼 사태와 이번 실리콘 밸리 뱅크 사태를 보면서 은행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서로 복잡하게 연결된 모래성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이번 일이 도미노의 첫 번째 칩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참고 자료 : wsj, economist

 

본 포스팅의 목적은 단순한 정보의 전달일 뿐 투자 권유나 종목 추천이 아님을 밝혀둡니다. 글의 내용에 의견과 사실이 혼재되어 있을 수 있으니 참고로만 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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