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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깊은 생각 127

설단 현상 | 귀벌레 |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 | 기억 회복 운동 | 반발 효과 | 기억의 불완전성

원하는 단어가 머릿속에 맴도는데 바로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설단 현상이라고 합니다. 같은 곡이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를 귀벌레라고 합니다. 우리의 뇌는 SSD나 플래쉬 메모리처럼 있는 것을 그대로 저장하는 저장장치로서 진화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기억은 사실을 저장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우리의 기억은 우리가 한 경험이나 우리가 취득한 지식들을 접수한 뒤 재배열, 분류, 해석하여 모종의 새로운 지식을 형성하는데 그렇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닥쳐올 미래에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전두엽, 그중에서도 가장 앞쪽에 있는 전전두피질은 미래를 예상하는 데 매우 특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미래에 대한 예상을 ..

책과 생성형 AI | Large Language Model | LLM | 바벨의 도서관 | 몽테뉴

LLM을 탑재한 생성형 AI은 책에 대한 인간의 생각을 어떻게 바꿀까요. 보르헤스의 소설에 보면 바벨의 도서관이라는 도서관이 나옵니다. 이 도서관은 알파벳의 모든 가능한 조합으로 이루어진 책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지금까지 나온 모든 책이 그곳에 있었고, 동시에 지금까지 한 번도 쓰인 적 없는 책들도 모두 책장에 꽂혀 있었습니다. 알파벳의 무작위적 조합이니 어떤 책들은 무의미한 내용을, 어떤 것들은 해석할 수 없는 내용을, 하지만 그 어떤 책에는 진리가 쓰여 있습니다. 혹자는 그 책, 바로 책 중의 책을 발견한 사서가 신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의 중요한 모든 것이 분명히 그 안에 있지만, 그 외의 모든 것들도 그 안에 있었기 때문에 사서들이 모두 미쳐버려 아무도, 그 어떤 것도 찾을..

인공지능 프로이트 무의식 | 생성형 AI | Freud | Unconscious | LLM | Large Language Model

프로이트는 자신이 코페르니쿠스와 다윈의 뒤를 이어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는 왕좌에서 끌어내렸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프로이트 이전에는 코페르니쿠스와 다윈이 있었습니다. 코페르니쿠스 이전에 사람들은 우주 전체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이 일어난 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며, 그런 지구의 중심은 인간이라는 견해가 폐기됐습니다. 더 나아가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서 아무 의미도 가지지 못할지 모른다는 자각을 하게 됐습니다. 만물의 영장이었던 인간에게 가해진 첫 번째 모욕이고, 첫 번째 퇴위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후 다윈의 진화론이 한 번 더 인간의 지위를 위태롭게 만들었습니다. 비록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 아닐지는 모르나, 그래도 신이 창조한 완벽한 피조물이라는 생각을 믿고 ..

중독과 장단기 금리 역전 | 채권 수익률 곡선 역전 | Addiction | 시간 할인 | 지연 가치 폄하 | 현재 편향 | Temporal Discounting

장단기 금리 역전이라는 경제학 용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중독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금리는 쉽게 말하면 돈의 가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돈을 빌리는 것에 대한 대가이기도 합니다. 10년 동안 돈을 빌리는 것과 1년 동안 돈을 빌리는 것, 둘 중 어느 쪽이 더 비싸야 할까요? 당연히 10년 동안 돈을 빌리는 것의 값이, 즉 이자율이 더 높아야 할 것입니다.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돈을 빌려간 사람이 갑자기 어디로 도망칠 수도 있고, 그 사람이 직업을 잃을 수도 있고, 건강이 나빠져서 돈을 갚을 능력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때문에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니 이것에 대한 보상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하겠죠.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1년 동안이라면 돈을 빌려준 측..

도파민 Dopamine | 중독 Addiction | 보상 Reward | 쾌락 쾌감 Pleasure | 가치 평가 | 학습 | 기대감 반영 | Temporal Discounting

중독에는 도파민이 깊이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도파민이 쏟아져 나오면 우리가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들 하지요. 그런데 도파민은 가치 평가와 학습에도 관여합니다. 1950년대에 보상중추가 발견됐습니다. 쥐가 한 시간에 7000번이나 자극을 주는 레버를 눌렀다고 하네요. 1950년대에 피터 밀너 Peter Milner 와 제임스 올즈 James Olds 는 “같이 발화하는 세포들은 서로 연결된다(Neurons that fire together wire together)”는 헵의 법칙을 만든 학자인 도널드 헵의 지도 하에 박사 후 과정, 그리니까 우리가 흔히들 포닥이라고 불리는 과정을 밟고 있었습니다. 이 둘은 각성과 의식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중뇌 망상계를 찾고 싶었는데, 실수로 그보다 약간 앞쪽에 있..

성별불쾌감 Gender Dysphoria | 증가 | 급증 | 여성 증가 | 미국 유럽 차이 | 탈성전환 Detransition | 탈성전환자 Detransitioner

자신에게 생물학적으로 할당한 성, 그러니까 신체적인 성적 특성으로 인해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를 성별불쾌감 Gender Dysphoria 라고 부릅니다. 최근 들어 그 숫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입장 차이가 크다고 합니다. 미국은 그 치료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 유럽은 보수적 입장입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성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10대들에 대해 적극적인 약물 혹은 수술적 치료를 하자는 입장입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비극적 상황, 예를 들면 자살과 같은, 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유럽 측은 성별불쾌감이 있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면담을 통해 해당자의 의사를 들어보고 나서 반대의 성으로 바꾸는 약물이나 수..

연애의 비용 | 연애의 댓가 | 사랑에 빠지는 값 | 사랑을 하기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

연애의 비용은 얼마일까요. 그 답은 가장 가까운 사람 2명입니다. 돈과 시간, 에너지 말고도 가장 가까운 사람 2명과의 관계를 희생해야 연애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연애는 비용이 굉장히 높은 사회 활동입니다. 무엇보다 시간이 아주 많이 들고, 당연히 돈도 많이 듭니다. 그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연애를 하려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반드시 생깁니다. 연애의 기회비용이라고 할 수 있겠죠. 연애를 한다고 해서 자기 일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연애를 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 비용을 지불하려면 하루 9시간가량의 노동은 유지해야 하죠. 하루에 8시간을 잔다고 하면 우리는 남은 7시간 동안 연애를 포함한 나머지 활동을 해야 합니다. 취미, 사교, 휴식 등 모든 것을 7시간 동안에 소화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 | Out of Sight, Out of Mind | 과학적 이유 | 사랑이 무엇일까

우리를 사랑에 빠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이 있을까요. 사랑은 마법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그 감정이 발전하여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 어떤 마법적인 힘이 작용한다고 믿습니다. 소울 메이트, 운명, 평생 단 한 번뿐인 사랑 등 그런 감정을 일컫는 멋진 말들이 많이 있습니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그런 말을 합니다. “This kind of certainty comes but once in a life time.” 우리에게 다가온 사랑을 이상화하고,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이렇게 절절한 사랑을 만날 수 없는 것 같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마음속 깊이에서 사..

정신장애의 창발성 | 이원론 Dualism 창발성 Emergence | 하드 사이언스 기초 과학 Hard Science | 정신병 | 정신질환 | 원인

정신과 의식이 어떻게 뉴런에서 생겨나는지 아직은 잘 모릅니다. 같은 논리로 정신장애 역시 뉴런에 어떤 오작동이 있을 때 생겨나는지 아직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하드 사이언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논리학이나 수학, 통계학 같은 형식과학과 물리학, 화학, 천문학, 생물학 같은 자연과학을 통틀어서 하드 사이언스라고 합니다. 그리고 사회과학과 그 외의 과학들은 소프트 사이언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드 사이언스는 가설 수립, 통제 가능한 상황에서의 실험, 수학적 도구를 통한 정량화, 정확성과 객관성의 확보, 동료 평가, 논문 출판, 학계의 공감대 형성, 재현성 등을 그 특징으로 합니다. 세포분자생물학은 하드한 사이언스일 것입니다. 신경세포인 개별 뉴런들의 활동 전위를 측정하는 것 역시 하드한 사이언스에 속할..

의학 논문 조작, 표절 문제 | 중국의 사기 논문 공장 Paper Mill | 알츠하이머 치매 | 아밀로이드 판 논문 조작 논란

2월 25일 자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기사로 의학 논문의 조작, 표절의 문제가 생각보다 매우 심각하다는 내용입니다. 2011년 멜버른의 모나쉬 대학의 벤 몰(Ben Mol)은 이집트에서 쓰여졌던 자궁근종(fibroid)에 대한 논문이 철회된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스페인에서 쓰여진 용종(polyp)에 대한 논문에서 질병의 이름만 바꾸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이후 벤 몰은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과 함께 조작된 논문을 찾아내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부분만 들어도 정말 충격적입니다. 의학 논문은 그 어떤 논문보다 엄밀하고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벤 몰은 지금까지 750개 이상의 저널에 서한을 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도 이루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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