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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 생물학적 아버지 | 정서적인 아버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을 보고 든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부모는 자식을 낳습니다. 자식은 부모에 의해서 태어납니다.부모는 자식을 낳을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지만 어떤 자식이 태어날지는 알 수 없고, 자식은 태어날지 말지도 그리고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날지도 선택할 수 없습니다. 부모들은 자신들이 의지를 갖고 아이를 낳았다는 생각 때문인지 자녀가 자신의 소유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자녀들이 자신들의 마음대로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지금까지 내 자식이라고 믿고 6년간 키워왔던 자식이 다른 사람의 자식이었다면 어떨까요. 영화의 주인공은 아버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우 목적지향적이고 자신만만한 성공한 남자입니다. 정확한 모델명은 모르겠으나 렉서스의 기함급 모델을 ..

오래된 이야기에도 의미는 있습니다. | 신화의 가치와 목적

신화를 읽다 보면 지금의 윤리관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신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그리스 로마 신화는 드라마로 치면 정말 막장 드라마이지요. 성윤리는 말할 것도 없고, 살인이나 절도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신들이 부지기수로 등장합니다.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봐도 근친혼이 그 주제이고, 올림푸스의 주요한 신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는 자신의 자식들을 모두 잡아 먹이도 합니다. 그래서 신화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하면 이해할 수가 없고 각각의 신들이 어떤 추상적 개념을 상징한다고 생각하면서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 나은 것 같습니다.   신화를 읽다 보면 드는 의문 중 하나는 “아니 왜 이런 이야기를 지어낸 것일까”하는 것입니다.인간은 단순히 ..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 사람은 고쳐쓰는 것이 아니라는 말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지요. 정말 그럴까요?   우리는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은 고쳐 쓰지 않는다는 말을 흔히 합니다.또 우리는 개과천선이라는 말을 믿기도 하고, 나비효과나 슬라이딩 도어즈처럼 어떤 사소한 계기로 어떤 인간의 삶이 완전히 바뀌는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우리는 우리의 삶의 분기점에서 다른 선택을 했을 때의 결과를 짐작할 수조차 없기 때문에 그런 가정 자체가 공허한 것이기도 하지요. 결국 우리는 우리의 선택을 되돌릴 수 없고 이것은 우리 삶에 엄격한 일방향성을 부여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변화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한 판단을 어렵게 하기도 하지요. 다시 원래 논의로 돌아가서 인간이 변화할 ..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 |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인생에 대한 다양한 정의 중 하나가 ‘인생이란 사람을 만나는 과정의 연속’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실제로 인생이 크게 달라지기도 하지요.  인간이 단독으로 생존할 수 없음은 오랜 기간 증명되어 왔던 사실입니다. 생존에 필수적인 실질적인 자원을 공급받기 위한 것뿐만이 아니라 인간은 인간관계라는 것 자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래서 고립된 인간들은 정신적으로 매우 심한 고통을 받습니다. 독방형에 쳐해 진 죄수들이 겪는 정신적 혼란을 보면 그것을 이해할 수 있지요. 우리가 삶을 살아 나가면서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되는지를 결정하는 요소 중 가장 큰 것은 우연, 그러니까 운입니다.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해서 좋은 사람만 만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사람..

절기의 신비로움 | 너무 빨리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들

절기라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오래도록 관찰해 온 결과물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오랜 시간 변화하지 않는 등대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달력이라는 것은 정말 인위적이고, 어떻게 보면 작위적인 발명품입니다. 그냥 단순히 어느 날을 시작 날짜로 정하고 어느 날을 끝 날짜로 정한 뒤 그것을 1년이라는 임의로 정한 기간마다 반복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실제로 달력이 얼마나 인간 본위적인지를 알 수 있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 유럽이 율리우스력에서 그레고리력으로 달력 체제를 바꿀 때 어떤 이유에서인가 두 주를 건너뛰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달력에서 1582년 10월 10일은 그냥 사라져 버렸습니다. 1582년 10월 10일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날..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의 중요성 | 습관이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 60일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게 제일 힘든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걷다 보면 얼만큼 남았냐는 질문을 자주 듣게 됩니다.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느냐는 것은 우리가 길을 걷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터 뇌리를 떠나지 않는 의문이지요. 과연 이게 언제 끝나겠느냐. 우리가 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근원적 질문입니다. 대체 이 일은 언제 끝나는 거지, 이 지루한 회의는 언제 끝나는 거지, 대출금 상환은 언제 끝나는 걸까, 이번 주식 하락장은 언제 끝날까. 우리는 언제나 끝을 바라보며 삽니다. 그 끝이 가깝게 보이면 좀 수월한 것 같고, 그 끝이 보이지 않을 때는 같은 일도 너무나 힘든 것처럼 느껴집니다. 정말 먼 길을 가야 하거나, 정말 높은 산을 올라가야 하거나, 정말 오랫동안 꾸준히 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할 때 우리가 할 ..

너 T야? | 이 질문 속의 의미 | 감정과 이성

언제부터인가 이성적인 생각을 하는 이들을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생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 인지적인 공감도 노력이 필요하고, 매우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MBTI가 유행하면서 감성적인 사람과 이성적인 사람 사이의 이분법적인 분류가 이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습니다.물론 인간을 지배하는 힘을 감정과 이성으로 나누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도 인간이 두 마리의 말이 이끄는 마차를 탄 존재라고 이야기했었으니까요. 그 두 마리 말이 이성과 감정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달라진 것은 과거에는 이성적인 사고를 더 높게 평가하고, 감정에 휘둘리는 것을 더 낮게 평가했던 반면 MBTI가 트렌드가 되면서부터는 오히려 그 반대가 되었다는 것이지..

영화 <아무도 모른다> | 웃자란 아이들의 텅 빈 표정 | 심리사회적 가속 | Psychosocial Acceleration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04년 영화 를 뒤늦게 보고 써보는 글입니다. 스포일러가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이 영화는 스가모 아동 방치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찾아보면 사건을 조사했던 경찰서의 이름이 스가모인 것을 미루어 볼 때, 스가모는 동네 이름인 것 같습니다. 스가모 아동 방치 사건은 1987년 가을 당시 마흔 정도였던 아이들의 어머니가 네 아이를 집에 두고는 다른 남자와 동거를 하기 위해 떠나버린 사건입니다. 그리고 다음 해인 1988년 7월 17일 이 집으로 비행청소년들이 몰려든다는 신고를 받은 스가모 경찰서가 조사를 시작하며 아무도 모르고 있던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집니다. 실제 사건과 영화는 큰 차이가 있으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스가모 아동 방치 사건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영..

고레에다 히로카즈 <괴물> 감상기 | 후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감상기입니다. 스포일러가 매우 매우 많으니 주의해 주세요.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 제목이 같아서 혹시 괴수 영화가 아닌가 오해하게 되기 쉬운 영화 괴물은 괴수나 괴물과는 크게 관련이 없습니다. 오히려 괴물은 두 소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행된다기보다는 같은 시간에 벌어진 사건들은 여러 등장인물의 입장에 따라 반복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미나토는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입니다. 미나토는 아버지가 죽고 나서 어머니와 함께 삽니다. 미나토의 어머니 사오리는 세탁소에서 일하면서 미나토를 혼자 키웁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미나토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합니다. 자기 머리칼을 잘라 버린다거나, 엄마가 편의점에 다녀오는 내내 지우개..

인간이 다양한 이유 | 사회 전체의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 다양성 Diversity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궁금합니다. 세상에 왜 이렇게도 다양한 사람이 있을까?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뉴스를 보다 보면 “와 세상에 정말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기계랑 결혼을 하는 사람도 있고, 해괴망측한 음식을 먹는 사람도 있고, 아찔한 건물 위에서 공중제비를 도는 사람도 있고, 저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 싶은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고, 저렇게까지 선해야 할 필요는 뭘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간이 가지는 대부분의 특질이 정규분포를 그리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거의 없지만 그 모든 특질의 양 극단에는 우리의 일반적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분명히 분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의문이 듭니다. 자연선택은 환경에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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